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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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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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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23.>

굿판 국회

 

갑자기 ‘굿판’이라는 단어가 웹사이트에서 회자되고 있어서 살펴보았다. 그 내용은 다름이 아닌 국회에서 있었던 ‘재수굿’에 관한 뉴스가 전해지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뜨겁게 의견들이 나눠지고 있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집안의 평안, 가족의 화복과 건강, 생업의 번성 등을 기원하는 내용의 ‘재수굿’을 벌였다.”는 것인데 이날 굿판에는 국회의원들은 물론 역술인(曆術人), 도인(道人), 무속인(巫俗人)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굿판을 벌렸다는 제목 등으로 뜨거운 반응들을 쏟아냈다.

굿판이 벌어진 현장의 사진을 보면 굿판의 공식명칭은 “혜안(慧眼)의 선각자들과 함께하는 제2회 2016병신년 합동국운발표회”였다. 현수막에 적힌 글귀를 잘 살펴보면 국회에서 한 굿이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여기서 언급한 “혜안의 선각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무당 내지는 역술인이다. 이어지는 “국운발표회”라는 말은 무당, 혹은 역술인들이 2016년의 국운(國運)을 좋게 하기 위해서 굿을 벌린다는 표현이다. 발표회라는 표현을 했지만 그 발표회는 무당과 역술인들이 2016년 대한민국의 국운을 예견하고, 그것을 풀어가기 위한 굿을 통해서 발표회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조선이 500년 동안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을 실시했음에도 무속화 된 불교가 조선의 궁궐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요즘처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시대에 무당이 국회에서 굿판을 벌린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그것은 일도 아닐 수 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단순히 기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부각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민의를 읽고, 그 민의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의 지도자라는데 있다. 즉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면서 동시에 지도자라고 하는 양면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과 국가의 안녕과 복락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동시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이 분명하게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입법에 대한 책임이 그들에게 주어져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들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고 방기(放棄)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요행에 맞기겠다는 의미거나 아니면 모르겠으니 역술인들(혜안의 선각자)이 알려주고, 혹이라도 국운이 나쁘면 그 문제까지도 해결해달라고 하는 주문을 전국무속인협회에 한 것이다. 따라서 “합동”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역술인과 무속인들의 협회가 합동으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여하튼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나랏일을 무속인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태도가 걱정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역술인들의 소리를 따라가겠다는 것과 그들이 제시한 문제를 굿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문제인 것이다. 어떻게 한 나라의 정책과 미래를 역술인들에게 맡기려고 하는 것인지? 그러면 국회의원직은 왜 갖고 있는 것인지? 국민들이 그들에게 국회에 가서 무당을 불러서 물어보고 하라는 위임을 한 적이 분명히 없는데 말이다. 자신들의 책임은 방기한 채 무속인들에게 맡기는 국회의원이 진정 국민의 대표인지?

사건이 불거지자 사과한다는 말을 하면서 정작 굿하는 음식을 현장에 들여오지 않았다는 말로 피하려고 하는 것은 더 딱한 모습이다. ‘굿은 했는데 판은 벌리지 않았다’ 뭐 그런 표현이라고 이해가 될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한심한 국회의원들 아닌가 ···. 최첨단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굿을 통해서 액운을 몰아내고 국운을 맡기겠다는 발상이 가능하다면 역술인이나 무당을 국회에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 다 좋고 잘 되게 하자는 생각으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국민은 역술인에게 국가를 맡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여 입법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다. 바르고, 적절하며, 꼭 필요한 것을 앞서서 생각하는 가운데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들 자신은 항상 민의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보다 앞선 지혜와 판단으로 필요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본분이다.

한데 역술인들의 ‘혜안’을 의존하겠다는 발상은 자신의 책임과 권리와 의무를 버리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확신이 없다면 의원직을 내놓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그러한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총선이 코앞인데 아직도 선거구조차 확정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의원직은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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