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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5.>

 

어느 졸업식에 참석했다. 박사학위수여까지 진행되는 졸업식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졸업생 한 사람을 축하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닐 것이니 혼잡함은 장마당보다 더했다. 일반 대학의 졸업식과 다르지 않은 현장은 들뜬 분위기와 함께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정해진 시간에 졸업식은 시작되었다. 한사람씩 학위를 수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어지는 상장수여식이 학위수여시간 만큼이나 길었다. 졸업생 대부분이 상을 받는 꼴이었다. 온갖 이유를 붙여서 상을 주었다. 학위를 받기 위해서 한 번, 상을 받기 위해서 또 한 번, 졸업생들 대부분은 그렇게 두 차례나 단상에 나와야 했다. 한 사람씩 학위기와 상장을 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졸업생이 받는 상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초등학교가 아니다. 학위를 받은 대학원의 졸업식이다. 대학원의 졸업식에서 무슨 상이 그렇게 많은지? 모두 특별한 사람들만 모인 때문일까? 정말 상을 받아야 하는 당위성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졸업식이 끝난 후 담당자에게 슬쩍 물었다. ‘웬 수상자가 그리도 많은가요?’ 담당자는 서슴없이 “모르겠어요. 모두가 상을 받고 싶어해서 주기로 했다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허탈감과 함께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졸업생들은 사회로 나가서 하나님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흔히 ‘이름도 빛도 없이’라고 하는 자세로 소명에 응답하겠다고 다짐도 했으니 마땅히 현장으로 가서 하나님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아야 한다는 집착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굳이 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렇게 주어진 상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은 해보고 상을 요구했는지? 그렇다고 해서 상을 만들어주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는지? 나는 목회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답을 찾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정작 자신 안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니 막막함 뿐 이었다.

졸업생이 상을 요구하는 것은 졸업을 축하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조금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왕이면 상을 받고 싶기 때문이었을까? 어떤 것이 되었든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대부분 같은 마음이었기에 그러한 현상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상을 받았기 때문에 변하거나 주어진 것은 무엇일까? 생각의 꼬리가 이어진다.

졸업식이 끝나고 모두들 떠난 강당은 텅 빈 채 스산하기까지 하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다. 졸업식이 끝나자 썰물처럼 밀려나가더니 언제 그랬던가 싶을 만큼 썰렁하다. 분명 그들은 어느 식당이나 나름 생각해두었던 곳을 찾아가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무심하리만큼 적막해진 교정에는 겨우 잔상으로 남겨진 조금 전의 정경만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인간이 추구하는 명예나 이름이라는 것도 그런 것 이상이 아닐 것인데 기억조차 하지 않게 될 ‘상’을 받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친다. 박수를 받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 잔상에 겹쳐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을 보게 한다.

그러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행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상’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졸업식 분위기와 함께 가운과 모자들이 요란하다. 게다가 상까지 모두 받았으니 졸업식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셈이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는 허전하기만 한 것은 왜일까.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상’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신앙을 하면서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하나님 나라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고, 아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한 교회에서 자랐고, 일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 사람들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조건으로 상을 요구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하나님 앞에서 상을 요구할 수 있는 어떤 자격도, 능력도 없겠다는 생각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상’을 목적으로 종교적인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 아닐지. 그렇다면 ‘상’을 받기 위해서 조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한다면 철저하게 이기적이며, 하나님을 부정하는 결과에 이르게 될 사람이 아니겠는가?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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