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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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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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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3.>

어떤 전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전화기가 들려있다. 유선전화도 사용하기 어려웠던 시대를 돌아보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화기만 들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콘텐츠가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다. 단순한 통화나 연락수단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의 작동을 관리하는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실시간으로 원하는 곳을 살펴볼 수도 있다. 그 뿐인가? 전화기를 들고 해외 어디를 가든 실시간으로 세계와 소통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다.

참 편리하고 유익한 도구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려서 화면을 들여다보면 짜증이 나거나 망설여지는 것들이 있다. 소위 스팸 전화이거나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전화, 그런가 하면 보이스피싱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전화가 온다. 그럴 때마다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가 뜨면 망설이게 된다. 전화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 때로는 전화를 받는 것이 귀찮음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만큼 편리해진 반면에 귀찮고 공해로 느껴지는 전화들이 기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지방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제자가 올라왔다. 서울에 왔다가 시간이 있어서 식사나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목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겸 식당을 찾았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기에 그곳을 찾아갔다. 나도 오랜만에 가는 곳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골목을 한 바퀴 돌았지만 찾는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 나오는 순간 골목 교차로가 막혔다.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후진 기어를 넣는 순간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리면서 쿵하는 차체의 느낌이 전달됐다. 순간 받았구나! 했다. 차에서 내렸다. 뒤로 돌아가 상태를 보니 후진하면서 뒤에 있던 차량 앞바퀴부분에 내차의 범퍼가 닿아있었다. 다행히 바퀴부분에 닿았기 때문에 차가 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앞 휀더부분에 흠집이 생겼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가 있었다. 상대 운전자는 젊은이였다. 내차에 동승했던 제자는 미안해서 쩔쩔맸다. 자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찾아온 터라 그런 것 같았다. 다행히 상대 운전자가 괜찮은 것 같으니 전화번호만 주고 가라고 했다. 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골목을 나왔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찾는 식당의 위치를 확인했다. 근처이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골목에서 찾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겨우겨우 가려던 식당을 찾았다. 골목이라 주차가 힘들었지만 찾던 식당이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것이 10년도 훨씬 지났지만 식당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이 제자와 함께 왔었다. 그때도 먹고 싶다고 하는 말에 함께 왔었던 기억이다. 그는 맛있게 잘 먹었다. 정말 먹고 싶었던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는 밤 11시나 넘어서 집으로 가겠다면서 나섰다.

다음 날 아침 연구소로 가는 길이었다.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서 주유소에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이름이 입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였다. 스팸전화이거나 선거와 관련한 전화가 많은 터라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제 저녁에 접촉사고 당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순간 이거 수리견적이 얼마 나왔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차 상태가 어떤가요?’ 먼저 물었다. “그래서 전화드렸어요.” 나는 흠칫 놀랐다. 전에도 한 번 그렇게 해서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걱정하실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차는 별 문제가 없으니까 걱정하시지 말라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새차 같던데 흠집이라도 났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 “네!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의 이러한 말에 나는 ‘이렇게 일부러 전화까지 주니 고맙네요. 젊은이던데 언제 시간 내요. 커피라도 살테니.’ 요즘 삭막해져가는 현실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데 걱정할 것 같아서 일부러 전화를 했다는 말이 내게는 너무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많은 경우, 고칠 것이 없어도 접촉사고라도 나면 이때구나 하여 이미 고장이 나있던 것까지 사고 수리를 하고 수리비를 청구한다. 그러니 고쳐야 할 것이 없으니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인데 일부로 전화를 했다니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걱정할 것 같아서 일부러 전화를 했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나는 전화를 끊으면서 언제 꼭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은 종일 기분이 좋았다. 강퍅한 세태에 모두 힘들어하는데 아침에 받은 전화 한 통은 단지 수리비를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서 좋았다.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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