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분류

대통령의 신발, 대통령의 진실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대통령의 신발, 대통령의 진실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대통령 후보들은 언제나 이슈감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미디어의 먹잇감이다. 미디어 속성상 언론의 중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언제나 뒤집어 보는 게 상식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으로, 겉모습 보다는 속사정으로, 정면에서 보기 보다는 옆에서 째려보기, 뒤통수 꽂아보기 등등 수사학으로 말하자면 패러디(parody)의 표적이 된다. 미디어는 얼쑤 망나니 춤이라도 추듯, 표적수사라도 하듯 주인공에게 달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일거수일투족이 투사된다. 때로는 과장되이, 때로는 왜곡되게. 이런 냉혹한 미디어 현실 앞에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 대통령에게서 희안한 현상이 발견된다. 물론 그동안에도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통수권자로 인기가 범상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님”이 뜨시면 그것은 거의 폭풍처럼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과 박수를 동반한다. 지난 시간 그때마다 대통령님은 건장한 경호실 요원들에게 일정 부분 제지당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다.

이번에 미디어가 잡은 것은 대통령의 신발, 몇 년 전 장애우들이 세운 중소기업 제품이란다. 닳고 닳은 신발을 앵글이 잡았다. 고흐(van Gogh)의 어느 명화에 나오는 풍경같다. 그러더니 “문템”이란 시사용어가 탄생한다. 해설하자면, 문대통령이 평소에 사용하던, 검소한 생활모습이 숨김없이 드러난 소품이랄까. 미디어 속성상 먹잇감을 공격하려는 독기(毒氣)는 어디가고, 용비어천가인 양 칭찬 일색이다. 대통령은 인기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며, 어디를 가든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팬덤 현상을 일으킨다.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F4”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대중문화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미남형 인텔리가 국정 운영도 잘할 수 있다는? 누군가 외모패권주의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신발, 거꾸로 보면 민심이 보인다. 그동안 국민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했다. 하지만 자주 권력층, 특권층으로부터 갑질에 가까운 심리적 상처를 받았다. 우리 사회에 양극화는 무언의 폭력이 되어 영혼을 휘저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님의 신발’은 서민적 삶에 어깨동무하고, 백성들과 백인일보하고, 아픈 자들을 치유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낮은 자세의 상징이 되었다. 헬조선이라는 자조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시대에 대통령의 신발은 문화적 메타포를 넘어 하나의 정치적 실체가 되었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라는 소설 제목을 빗대어 말하자면, 대통령은 한 켤레 구두로 자신의 국정 구상을 상징화 시켰다. 어느 대통령도 국정 운영과 비전을 이렇게 간결하게 웅변한 적은 없었다. 그것도 한 켤레의 구두로. 그래서 이 신발의 주인공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어떤 의도로 연출된 것이 아니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고들 말한다. 그의 신발은 그의 진실이다. 이 낡은 한 켤레 구두로 시민 앞에 우뚝 선 정치인은 필경 그 신발에 담긴 진실을 외면치 않으리라. 그 진실과 역사를 지키고 사수하리라. 한 켤레의 소박한, 그러나 엄중한 진실의 신발에서 평화와 안정, 정의와 평등이 가득 넘쳐나기를 기원한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