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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화론-블랙리스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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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화론

- 블랙리스트 유감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문화는 무엇인가? 문화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접근 방법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대중문화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소비(consume)에 중점을 두고 이해해 왔다. 대중문화는 생필품 소비하듯 그렇게 쓰다 버리는 소비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반증이 있으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국정 농단 사태에 주요 이슈가 되어 관련자들이 법적 처절을 받는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그렇다면 왜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되었을까. 그 작업에 정권이 개입되어 암암리 불순 사상과 인물들을 감시 통제하려 있다는 것이 경악스러운데 누가 그들을 불순하고 위험하다고 심판했던 것일까? 과연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이들이 정녕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불순세력이란 말인가.

한 사회에 필요한 것은 소통(communication)이다. 소통이 원할할 때 사회는 제대로 숨을 쉬고 생명력, 창의력을 발산케하는 피가 흐른다. 권력은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주권 사상은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런데 리스트 조작자들은 오히려 그 권력으로 표현의 자유를 짓누르고 할 말을 못하게 제어했다. 전근대적이라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조정의 독선과 노화를 막고자 신진학자를 등용했다. 또한 백성들의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 신문고를 설치했다. 속사연을 공론화하여 해결하자는 민주적 방안이었다. 하물며 전방위적 소통이 가능해진 21세기에 블랙리스트라니 그 발상부터가 기가 막힐 노릇이지 않은가. 지금 시대에 어느 누가 권력으로 대중조작(manipulation)을 감행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소통을 두려워하는가. 누가 문화를 두려워하는가.

문화는 단지 대리만족이나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재가 아니다. 문화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정신이며 사상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의식이며 무의식이다. 문화는 동시대인들이 공유하는 생활의 장(field)이다. 문화는 삶을 구체적으로 형성해가는 역동적 추진력이다. 문화를 억압하는 행위는 그러므로 범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야 할 이들은 정작 소통을 방해하는 자들이어야 한다. 그곳이 가정이던, 학교이던, 군대이던, 종교단체이던, 직장이던, 국가 조직이던, 어떤 곳이라 하더라도,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가 바로 불순하고 위험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화는 경직되고 퇴행하려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역기능을 문화는 정화(淨化)시킬 수 있다. 문화로 소통을 이루려고 부단히 땀 흘릴 때, 그러할 때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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