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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단상(斷想)과 ‘닥쳐라 이 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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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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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단상(斷想)과 ‘닥쳐라 이 눔’

 

유 권사님, 저희 교회 주일 예배 후의 점심시간은 늘 정겹습니다. 애찬 섬김을 하시는 여섯 명의 여선교회 회원들이 담당하고 전도사님이 장보기 등을 돕습니다.

박금순 권사, 김도영한숙녀 집사, 정경지 집사, 김은경최정희 집사 팀이 한 주간씩 담당합니다. 직접 식당에서 조리하고 주방을 담당하기 어려운 성도들 가운데는 매달 한번 씩 반찬을 한 가지씩 해서 주방에 제공하는 성도들도 있습니다. 거기에 고추장 불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날은 김 집사님이, 가끔 이 별미는 김정숙 성도가 수고하신 것이구나 하고 속으로만 생각을 합니다.

 

생일에 먹는 브라질에서의 미역국

 

유권사님, 매달 마지막 주일에는 미역국을 끓이는 날입니다. 한 달 동안의 생일자를 축하하는 식사입니다. 예배 시간에 생일자의 이름을 호명하고 장미 한 송이씩 드리고 축하노래를 부르고 목사가 생일 맞은 성도들을 위해서 기도를 드립니다. 어떤 팀이 마지막 주 주방봉사자인가에 따라서 미역국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소고기, 굴, 대구, 홍합이나 조개, 참기름 등 미역은 모든 소재와 잘 어우리는 식재료인지라 우리 모두는 쌍수를 들고 환영분위기 일색입니다.

특히 브라질에 출장을 오신 분들은 매주 한국음식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특히 미역국에 대한 인상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가끔 우리교회에 손님으로 오시는 선교사님들도 우리교회 주방봉사를 하는 성도들에 대한 칭찬이 대단합니다.

유 권사님, 성도들의 모든 삶을 챙길 수는 없지만 생일을 챙기는 것은 제 나름대로 객지생활을 했던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강화도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인천으로 유학을 가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괜찮은데 소풍가는 날과 생일에는 감정이 평소와 다른 날입니다. 소풍가는 날은 하숙집에서 통상 김밥을 싸 챙겨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러 소풍도시락을 부탁하기는 애매합니다.

생일도 그렇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생일이 특별한 날인데 객지 생활을 하면서는 특별한 대접을 못 받고 사춘기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신학대학에 다니시던 우리 교회 고등부 선생님, 김광원 전도사님이 특별히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주시고 기도해주셨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릴 때부터 객지생활을 하면서 당신 생일날 제일 외로웠다면서 생일 챙기는 일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저도 신학생시절부터 오늘까지 생일 챙기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그때 김광원 전도사님의 영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유 권사님, 그 분이 미국으로 유학 떠난 것을 확인하고 소식이 끊겼는데 어느 날 신학대학 교수가 되어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 이유

 

그리고 얼마 있다가 다시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매달 미역국을 앞두고는 그 어른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제가 무척 그 선생님을 좋아했나봅니다.

유 권사님, 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삽니다. 교회 안에서도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한 영향을 끼치는 성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오늘손잡이인가 왼손잡이인가도 어릴 때 결정되는 것처럼, 부모님의 입맛이 내 입맛인 것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고 살아갑니다.

제가 인천내리교회에서 신학생전도사로 봉사할 때입니다. 어쩌다가 아이들에게 “닥쳐라 이놈”하면서 사극대사 외우듯 한 적이 있었습니다. 100여 명 되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닥쳐라 이눔”을 외치며 한동안 중고등부의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닥쳐라 이눔’ 하시는 것 같아서 섬뜩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찬성 목사/ 브라질 선교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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