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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어머니들을 무릎 꿇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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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어머니들을 무릎 꿇게 했는가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자고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컬어져왔다. 한국인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인간미 풍부한, 그래서 옆집 숟가락 수까지도 알 정도로 담이 없이, 격이 없이 어울려 사는 가족 같은 사회가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나라였다. “우리가 남이가!” 이 말은 선거철에 표 얻기만을 위해 남발하는 허사(虛辭)가 아니다. 정말 한국 사회는 정으로 똘똘 뭉쳐진 공동체였다.

아무리 현대 사회가 고도의 산업화, 비정한 기계화, 경제 제일주의, 냉혹한 자본주의, 무한 경쟁, 포스트 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비인간화되고, 몰인정한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한국만큼은 세계에서 인간미와 인정이 끈끈한 사회로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게 아니던가. 그것이 우리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의미가 아니겠는가. 세계가 비록 광기의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혼란스럽게 변질된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인간미로 똘똘 뭉쳐 사람 사는 세상을 증명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 아니겠는가. 그런데 작금에 비쳐진 광경은 참으로 한국 사회의 본성을 의심케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 관련하여, 민관이 설왕설래하며 논쟁을 벌이고, ‘네 탓이오’ 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장애학생 어머니들께서 무릎 꿇은 사연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특수학교가 기피시설, 혐오시설에 비유되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 민도(民度)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장애학생들 역시 우리 모두의 자녀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거늘 어찌 건축을 방해한단 말인가. 이 어찌 부끄럽고 낯 뜨겁지 아니한가. 아무리 세상이 이기적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근거 없는 이유로 비인간적 목소리를 드높인단 말인가. 범죄율 상승이라거나 집값 운운은 또 왠 망발인가!

이제 무릎꿇은 어머니들을 부추겨 세우고, 장애학생들이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품격 낮추었던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 상처받은 어머니들을 위로하고 장애를 갖게된 우리의 자녀들이 환히 웃으며 등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헌법, 교육법을 내세우기 전에 시민 모두가 숭고한 인간미로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에 하루 속히 학교 정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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