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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세상 속 크리스천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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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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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을 일터 영성의 측면으로 보는 책의 탈고를 앞두고 있다. 첫 번째 영성이 ‘정체성’인데 재일 한국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GO』에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다. 본래 잘 모르던 작가인데 우연히 그의 소설을 보게 되어 나와 있는 소설 여섯 권을 한 달도 안 되어 다 읽어버렸다. 소설이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재일교포 3세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소설의 주제가 바로 ‘정체성’이다. 주인공 스기하라의 모습은 철저히 작가 자신을 닮아있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련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으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와 책에 빠져든다. 아버지가 국적을 바꾸자 매국노 소리를 들으며 일본인 학교로 전학 갔지만 거기서는 일본인들의 차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가 과연 자신이 설 자리인지 가네시로 가즈키 자신이 고민했다.

소설 속에서 재미있는 장면 하나가 있다. 스기하라가 신분증이 없어 검문하는 젊은 경찰관을 밀치고 달아났다. 그런데 죽은 것 같아 돌아와서 살펴보니 기절했다. 깨어나 머쓱해진 그 경찰관과 이야기를 나눈다. “나, 영 적성에 안 맞아. 이 직업. 신이 안 난다고.” 그러자 스기하라가 위로했고 그 경찰과 공감하게 되었다. 차별 문제는 재일 한국인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회에서나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고 주류들이 벌이는 잔치에 초대되지 못하는 그들은 역시 떠돌이다. 누구나 정체성의 위기는 겪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정체성 문제 해결의 단서가 있다. 아버지한테 스기하라가 배운 말이 있다. “나는 조선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니다. 떠다니는 일개 부초(浮草)다.”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이 ‘명제’가 정체성을 찾는 일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 어떤 나라 사람도 아니고 그저 떠돌이에 불과하니 그 삶이 그저 정처 없이 떠돌 뿐이다. 북한에서 일본으로 하와이로, 한국으로, 또 어디로? 고쳐야 한다. “나는 조선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일본에 뿌리박고 있는 분명한 한국인이다.” 이것이 바람직한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그저 마이너리티의 절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신감이 문제이다. 소설 마지막에서 일본 여고생 사쿠라이가 한국인임을 밝힌 스기하라와 계속 교제하기로 결정하는 것처럼 자신감이 중요하다. 이런 자신감을 ‘전문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스기하라는 주먹질에 있어서는 천재이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자기 분야의 확실한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도 딸을 폭행한 녀석을 응징하겠다는 아버지가 추구한 그 전문성, 바로 주먹 싸움이다. 딸을 사랑하는 의지와 역시 소수자들이 동료들의 팀워크와 체계적 훈련을 통해 결국 권투선수를 이겼던 주먹의 힘, 바로 이 전문성이 생의 활력을 주고 가족 관계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그의 소설은 강조한다.

오늘 우리 크리스천 직장인들은 이 소설의 메시지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우리 크리스천들 역시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빌 3:20). 하지만 우리의 일터, 즉 세상에서도 역시 사명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이 대제사장의 기도에서 기도하신 대로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는 않았으나 세상으로 보냄 받았다(요 17:16, 18). 우리의 일터와 세상을 향한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죄 많은 이 세상이 내 집 아니지만 우리는 이 땅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하나님의 창조 명령을 완수해야 한다(창 1:28). 우리의 직장생활은 마지못해 하는 호구지책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한 자기 인식과 함께 탁월한 능력을 가져야 한다. 분명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일터 세계에서 크리스천의 정체를 드러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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