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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이 사람들아! 칠판은 고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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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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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납품한 불량칠판과 관련해 줄줄이 걸려든 사람들이 있다. 엄벌에 처해야 할 사람들이다. 눈부심이 심한 불량 칠판을 제조 납품한 회사의 회장과 대표, 브로커들, 교장들, 학교 운영위원장, 조달청 공무원, 음이온이 많이 나온다고 신문에 기사 써주고 1,500만원 받은 월간지 편집주간 등 49명이 적발되었다. 하나같이 직업인들의 범죄이다. 엄벌에 처해지기를 바란다.

보도하는 신문 기사를 살펴보니 2005년부터 전국 300여 개 학교에 납품한 금액이 38억3300만원이고 그중 2~30%는 뇌물, 알선비 등으로 나간 것 같다. 경찰의 방침대로 칠판 외의 다른 교육기자재 납품관련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해서 교육계 안에 이런 비리가 뿌리 뽑히기를 바란다. 하긴 뭐 소문으로 듣는 학교 관련 비리들만 해도 아이들한테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 사람들을 향해 한마디 하고 싶다. “불량 칠판으로 장난친 사람들아! 칠판은 그런데 쓰는 게 아니다!”

몇 년 전 명절에 티비에서 방영한 영화 <칠판>이 기억나서 더욱 화가 났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 지대를 떠돌며 사는 쿠르드 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는데 칠판을 둘러맨 남자들이 가르칠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였다. 칠판에 얽힌 처절하고 눈물 나는 이야기로 칠판을 등에 짊어지고 잰 걸음을 치는 남자들은 직업 교사들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을 찾아다니다가 어디에서나 칠판을 내려놓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돈을 받은 경우는 영화 내내 한 번도 없었다.

마을 쪽으로 내려간 사이드는 사흘간 학생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구구단도 가르쳐 드립니다. 선생 필요하지 않으세요? 읽기나 편지쓰기 싸게 가르쳐 드려요.”라고 외치며 다녀도 듣는 사람이 없다. 산 쪽으로 양치기 소년들을 찾아 나선 리부아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보고는 대목을 만난 줄 안다. 이라크 쪽에서 이란으로 국경을 넘어 밀수품을 등짐으로 나르는 아이들이었는데 반응이 냉담했다. 아이들은 칠판에는 관심 없고 짐을 날라 주고 일당 받는 일이 급하다. 답답한 리부아르가 소리친다. “글을 알면 세상이 달라 보여. 미래를 생각해야지!”

어떻게든 가르치고 싶은 선생들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자 교보재인 칠판에 집착하지 않는다. 한 아이가 낙상하여 다치자 리부아르는 칠판의 반을 잘라 다친 아이에게 부목으로 대어준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 열리고 리부아르는 한 아이에게 이름 몇 자를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감시원에게 발각된 아이들 중 몇은 목숨을 잃는다.

이라크 국경 근처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사람들을 만난 사이드의 칠판은 더욱 다용도이다. 일찍이 공습을 피하는 도구로 황토를 칠해 위장하기도 했던 칠판은 걷기 힘든 사람을 위한 들것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아들만 하나 둔 과부 딸을 결혼시키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결혼 예물로도 활용된다. 빨래를 말리는 건조대가 되기도 한다.

그 ‘칠판 선생’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늦은 밤까지 보면서 잠이 싹 달아났던 기억이 있다. 저런 안타까움을 가지고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참 선생들이 오늘 우리에게도 있을 테니 기대를 해본다. 그런데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칠판을 돈 받아먹느라고 아이들 눈부셔 제대로 보지도 못하게 했다니 그 죄가 얼마나 큰가? 그 사람들, 칠판 등에 지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깨끗하게 살자고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좀 시켜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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