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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경고가 차라리 고마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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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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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 교수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지난 8월 7일이 입추였다. 입추(立秋)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절기다. 자연스레 우리는 구름 높고 하늘 청명한, 게다가 시원 상쾌한 바람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짧은 장마 이후 계속되는 무더위, 비 한 방울 제대로 뿌리지 않고 텁텁한 더위가 이 땅을 떠나려하지 않는다. 급기야 정부도 ‘폭염은 재난이다’ 판단하기에 이르렀고 전기세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절기상 여름은 지나갔다. 찌는 더위와 숨을 턱밑까지 몰아붙이는 열기는 저만치 물러가야할 시기다. 하지만 이 폭염 현상? 냉정하게 보자면 예상된 수순이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경고해온 바이며, 이산화탄소 배출에 국제적 협약을 서두르고 있지만 자국이기주의로 최선의 방안 찾기는 쉽지 않다. 환경문제는 가까이만 봐도 중국 산업은 우리나라에 중금속 가득한 미세먼지를 선사하고, 미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다. 일본의 원전 사고는 또 어떤가. 거기다가 개발도상국들은 발전을 외치며 굴뚝에 불을 더 지피고 있으니 북극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는 과정은 불 보듯 명확하다. 이를 신의 분노, 자연의 복수라고 명명하기에는 인간의 실책이 너무 치명적이다.

이제 ‘폭염은 일상이다’라고 봐야한다. 이런 인식 하에 국가도, 사회도, 개인 가정도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유비무환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해야 한다. 지진이 먼 나라 얘기였던 시절이 지나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온난화에 따른 폭염을 대비하는 거국적 준비가 요구된다. 한국인의 내면에 도사린 심리적 병폐에 ‘빨리빨리’ 곁에 ‘허둥지둥’이 있다. 이는 대국적 안목도 아니고, 호연지기에서 나온 초월도 아니다. 그저 근시안적 무사안일, 허세에 찌든 안빈낙도에서 온 심리적 적폐임이 밝혀졌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등이 그동안 우리 사회안전망이 보여준 약점이었다. 사고가 나고, 가시적 피해가 나야 그제야 법조항을 고친다, 보상을 한다, 법석 떨지만, 소중한 인명은 우리 곁을 떠난 후인 경우가 허다했다. 폭염은 기후 문제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국가 수준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혼합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개인 생활 패턴에서부터 국가, 국제적 결정에까지 모두의 책임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환경 문제로 인한 폭염이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이 자명하다면 자연 보존, 자연 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영토에서 우리 국민들이, 나아가 지구촌에서 모든 인류가 영원히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폭염이 경고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차제에 기대하는 바는, 정권이 바뀌고 정부에 어떤 관료들이 들어서더라도 지속적인 정책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폭염 대비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 보수가 대립해선 안 될 분야이다. 정치 이권에 따라 파벌로 싸워서는 안 될 일은 폭염 문제뿐이 아니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인 대한민국과 그 국민들이 평화와 안정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폭염 대비를 통해 여타 분야에도 더욱 지혜롭게 준비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폭염 대비는 우리가 행동해야할 당면한 사안의 하나일 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외교, 국방 등 여러 현안에 중차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폭염이 이런 사실을 깨우치고 있으니, 폭염에 노출되어 고생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경고등을 켜주는 이 폭염이 차라리 고맙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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