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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특권으로, 재미로 일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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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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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너 달 전부터 집 화장실에서 읽어 마친 책이 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청소년 시절 여러 번 읽었지만 그건 축약본이었고 완역본을 이번에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그림과 사진까지 곁들여져 당시의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었다. 아이들 사준 책을 아이들은 안 읽고 내가 재밌게 읽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직장사역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니 아마도 일종의 직업병인 듯하다.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부모님은 세상 떠나시고 이모 댁에서 동생과 함께 사는 톰이 말썽부린 벌로 주말에 울타리의 페인트칠을 하게 된 이야기가 나온다. 주말에 놀지도 못하고 일해야 한다니 지겨워 죽을 지경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 재산으로 친구들에게 일을 시킨다면 30분도 못 채울 것 같았다. 어떻게 이 지겨운 일을 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고 생각이 떠올랐다.

사과를 입에 물고 증기선 흉내를 내며 달려온 친구 벤 로저스에게 톰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런 내용이다. “이게 일이라니? 아니야. 즐겁고 좋아해서 페인트칠 하면 안 되니?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는 기회가 어디 그렇게 많은 줄 아니? 이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특권이야. 우리 이모가 내 동생 시드한테는 시키지도 않는 일이라구? 페인트칠 잘 할 수 있는 아이는 드물어. 천명에 하나? 아니 2천명에 하나쯤 될 거야. 나, 이렇게 좋은 기회 살리는데 너 방해하지 말아라.”

톰은 자기가 해야 하는 따분한 일에 ‘이야기’를 입혔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칠을 해보니 정말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다. 친구들이 보기에 톰이 페인트칠하는 모습이 그럴싸해서 아무나 못하는 일처럼 보였다. 그래서 결국 그 동네 아이들의 실과 연, 죽은 쥐, 공깃돌, 부서진 호루라기, 실감개, 열쇠, 분필조각, 올챙이, 외눈박이 새끼 고양이 같은 코 묻은 재산을 톰이 몽땅 차지하게 되었다.

마크 트웨인은 소설 속에서 이렇게 평가하는 말을 붙였다. “결국 톰은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 행동 양식에 관한 중대한 법칙을 발견했다. 요컨대 어른이든 아이든 그들에게 어떤 형태의 욕망을 품도록 하려면,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믿게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톰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 하버드대학교 윌리엄 제임스 교수의 ‘as if’ 원칙이 떠올랐다. ‘그런 척하기’ 원칙이다. 어떤 능력이나 미덕을 소유하고 싶으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뜻을 이루시기 위해 우리들 안에서 행하시면서 우리의 소원(所願)을 두고 행하게 하신다는 말씀과 통한다(빌 2:13).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히 11:1)라는 말씀과도 연결되지 않는가.

그렇지도 않은데 거짓으로, 억지로 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소설 속의 톰은 아이들을 속여 페인트칠 하게 한 것이 아니다. 이모의 지시는 이행했고 친구들이 페인트칠을 해보는 경험도 하게 했고 두둑하게 재산도 얻었다. 울타리는 몇 번이나 꼼꼼하게 페인트칠 되었고 아이들 모두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노동에도 창의적 생각을 가미하면 즐거운 오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을 ‘시스톰’(톰처럼 재미있게 일하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하여 교육하는 기업도 있다. 이보다 효과적인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늘 우리 시대 흐름과는 일치하는 톰의 발상은 곧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께 하듯 하는 성경적 직업관과 다르지 않다(골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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