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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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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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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교수

 

가을이 깊어간다. 산천이 노랗게 혹은 빨갛게 물들어 가는 계절이다. 봄에는 상춘객(賞春客), 가을에는 단풍객이렸다. 단풍은 여러 의미를 풍긴다. 한편에서는 가을에 열매를 거두는 추수의 결실을 뜻한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풍요로운 결실 뒤에 찾아오는 동한(冬寒)의 계절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그렇다. 가을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며 얼마나 혹독한 환경 속에서 땀 흘려 일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한쪽에서는 그 성숙과 풍요를 통해 얼마나 냉혹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는가, 선의의 추궁이 등장한다.

가을에 접어들면 어김없이 천고마비(天高馬肥)를 읊거나 사유의 성숙을 위해 독서를 논한다. 고사(古事)를 통해 한석봉을 얘기하지 않아도, 책을 향한 지고지순의 형성지공(螢雪之功)을 논하지 않아도 가을엔 독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첫째, 독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인간화를 의미한다. 인간은 독서행위를 통해 “인간”이 된다. 둘째, IT 시대에 이르러 책을 읽지 않는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데 현대인이 책을 안읽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현대인들이 종이책을 가까이 하지 않을지언정 여러 경로로 엄청난 글을 해독하고 있다. 일명 리터러시(Literacy) 행위이다. 모바일 환경을 관찰하면 리딩(reading)은 그 방법이 바뀌었지만 현대인들은 꾸준히 독서를 계속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기에 측정이 불분명할 뿐이다. 그러니 가을이 오면 의례 식상한 기사를 내보낼 필요는 없다. 가령 “한국인의 독서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위기감말이다.

그래서 독일의 예를 들어본다. 가을이 무르익는 10월 중순이 되면 독일 중심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국제도서전시회 (Frankfurt Bookfair)를 연다. 올해는 10월 10일-14일 개최되었다. 1949년에 시작된 이 전시회는 역사가 70년에 이른다. 방문객으로 하자면 최근들어 25만명 이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규모도 방대하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출판사는 올해 7,300개에 이르렀고, 이들이 구성한 프로그램, 예를 들면 작가초청 포럼, 특정 주제 토론회 등 4,000여개에 달했다. 이 도서전시회를 홍보 및 평가하기 위한 미디어 관련자만도 10,000 명 정도가 되며, 방문객은 28만명 이상이라 한다. 공공인프라 지원도 막강하다. 독일철도청과 시내 공공교통은 특별열차를 배치하여 방문객의 왕래를 돕고 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서도 방문할 수 있도록 열차를 운행하였다 한다.

개최 3일간은 출판전문가들이 소통, 교역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 마지막 2일, 즉 주말에는 일반 시민에게 문을 연다. 이 기간에는 전시한 책을 정가의 50%로 구입할 수 있게 하고, 방문객이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각종 판촉 선물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시민들은 가족들과 함께 도서전시회에 나들이 삼아 오기도 하며, 저렴한 가격에 최근 출판도서를, 아이들에게는 값싸게 아동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특권도 누리게 한다. 홍보와 판매를 겸하니 일거양득이다. 전시회 본부는 젊은이들이 독서문화에 적극 참여하도록 코스플레이 기회로 유인하기도 한다.

이제는 디지털시대, IT, AI 시대에 들어섰다. 여전히 탈독서현상을 푸념하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 책을 읽읍시다.’는 구호를 외치기만 할 것인가. 역사와 관록을 가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에서 배워보자. 도서축제, 문화축제로 위기를 극복하는 이 전시회에서 무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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