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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귀여운 여인과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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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섭 교수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한국문학은 물론 세계문학의 한 부분이나마 공부하였다. 세계문학 전집을 읽거나 살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기도 했다. 한국과 세계문학은 주마간산격일 수 있으나 젊은 날 예민한 감수성과 인생설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충분한 것이었다. 국어공부 중에 세계 4대 시성(詩聖)으로 호머(그리스어 Όμηρος, Homeros, 영어식 Homer, BC800~750년경),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1564~1616) 그리고 괴테(J. W. von Goethe,   1749~1832)를 드는 것으로 배웠다. 또한 세계 3대 단편작가로 프랑스의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러시아의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1860~1904)와 미국의 포(Edgar A. Poe, 1809~1849)를 드는 것으로 배웠으나, 근래 오 헨리(O. Henry,본명 William S. Porter,1862~1910)를 드는 사람도 있다.

근래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중에 있다. 그는 1860년 흑해 위에 있는 아조프 해 연안의 항구 도시 타간로크(Taganrog)에서 출생하여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고, 모스크바대학 의학과에 입학하여 의사가 되었다. 유머 단편을 기고하여 원고료로 부모와 세 동생을 뒷바라지 하기도 했다. 23세 때 걸린 폐결핵 건강을 늘 위협하였으나, 1884년에는 또한 첫 단편집 《멜포네네의 우화》을 출판하고 이후 많은 단편을 출판한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는 시베리아, 사할린 섬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여 탁월한 작품과 기행문을 저술한다. 1900년에는 러시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나 이에 항의하여 스스로 사임하고, 1904년에 체호프는 폐결핵으로 말미암아 44년의 생애를 마쳤다.

체호프의 많은 단편 중에서 필자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귀여운 여인>과 최근 영화화된 <갈매기>이다. 먼저, <귀여운 여인>은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작품을 읽고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연거푸 4번이나 소리 내어 읽고 "그 작품은 일품이다. 체호프는 정말 훌륭한 작가야!"라고 감탄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잡지 <세미야(가족)> 1899년 1월호에 실렸던 <귀여운 여인>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귀여운 여인' 올렌카의 이야기다. 사랑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는 퇴직한 팔등관의 딸 올렌카는 건넌방에 세들어 살던 극장 지배인 쿠우킨의 넋두리를 매일 듣다 사랑에 빠지고 만다. 쿠우킨과 결혼한 이후 올렌카의 삶의 중심에는 '연극'이 들어서고, 모든 대화는 연극과 관련되어 있고, 모든 삶은 연극을 통해서 설명된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쿠우킨을 잃고 올렌카는 깊은 실의에 빠지고 만다. 석 달이 지난 어느 날 교회에서 돌아오던 올렌카는 목재상 푸스토발로프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곧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게 된 올렌카의 삶은 이제는 '목재'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그러던 그가 심한 감기에 걸려 죽어버리자 올렌카는 또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런 그녀는 이따금 만나며 친분을 가지고 있던 군수의관 블라디미르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행복도 잠시여서 블라디미르가 속한 연대는 먼 곳으로 옮겨가게 되고 올렌카는 또 혼자가 된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녀의 귀여운 외모도 사라졌을 때, 블라디미르는 다시 마을에 이제는 다시 사이가 좋아진 가족과 돌아오며, 너무 기쁜 올렌카는 집을 구하는 블라디미르 가족을 자신의 집에 살게 한다. 그녀는 블라디미르의 아들 사샤에게 모성을 느낀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올렌카는 한결 젊어지고 웃음이 떠나가지 않는다. 올렌카는 언제 친어머니가 다시 사샤를 데려갈지 모르는 불안과 함께 그래도 사샤가 지금은 자신 곁에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살아가게 된다. 올렌카는 어떤 환경과 역경에서도 타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늘 행복해진다. 체호프는 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짧은 단편소설을 통해 인류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영화 <갈매기>는 <귀여운 여인>과 결이 다른 사랑이야기다. 배우를 꿈꾸는 소녀 '니나'는 고결한 영혼의 소유자인 작가 지망생 '콘스탄틴'과 함께 연극 연습을 하며 사랑을 싹틔운다. 하지만 불쑥 나타난 유명한 작가 '보리스'에 니나는 마음이 흔들리고 이들의 사랑은 엇갈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리스는 여배우로서 명성을 누리는 콘스탄틴의 어머니 '이리나'의 연인이다. 주인공 콘스탄틴은 젊고 아름다운 니나를 사랑하나, 니나는 권위와 명성있는 작가 보리스를 사랑하며, 보리스는 유명 여배우 이리나를 버리지 못한다. 서로 바로고 희망하는 것이 다른 사랑을 지향하기에 엇갈리는 사랑은 비극을 낳게 된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엇갈리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문제 이전에 작가로서, 배우로서 겪는 창작열과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하는 열심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이 작품은 러브스토리가 주는 깊이를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작가로서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은 주인공 콘스탄틴의 욕구와, 그 욕구와 비슷한 모습을 지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욕구에 고통 받는 콘스탄틴의 비극은 인간은 왜 사는가? 사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갈매기>로 상징되는 자유와 아름다움은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질투와 허영을 내포하며 비극적 상징이 된다. 체호프는 ‘인간은 항상 두 가지를 열망한다. 가질 수 없는 것과 갖고 싶은 것’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체호프는 어떤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발견해 내고 그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여인을 그린 <귀여운 여인>과 인간의 욕구와 더 나은 명예와 가치를 지향하여 어쩌면 이룰 우 없는 사랑을 추구하여 비극에 이르는 <갈매기>라는 두 유형의 사랑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우리도 일상의 사랑에 대해 두 가지의 입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이라기보다 개성과 선택의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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