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분류

순교자 양용근 목사를 조명한다(24).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양향모 목사

 

1. 순천 경찰서에서의 검찰 조사 2.

세 번째 심문은 양용근 목사가 길두교회에서 행한 말세론과 천년왕국의 설교에 관한 심문이었다.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일본이나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망하고 그리스도가 만국을 다스리는 왕이 되어서 만국을 심판하실 것이다. 그 때 심판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앙을 돈독히 하고 충실하게 기독교 교리를 전파해야 한다고 설교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양 목사는 이에 대해 전천년설에 의한 말세론이 아닌 자신이 평양신학교에서 배운 무천년설에 의해서 설명했다. 말세는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를 종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종말이 시작이 되었다. 천년왕국은 숫자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임을 설명하고 예수님이 재림하시기 전에 이미 일본은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도 망하고 있고 우상을 숭배하고 기독교를 박해하는 모든 나라는 기필코 망하게 될 것임이 성경에 명시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일본이 망한다는 양 목사의 주장에 검사는 양 목사가 지금 치안유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법을 전공한 사람이 치안유지법의 무서움을 알고 말하라고 다그쳤다. 일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양 목사가 치안유지법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오히려 일제가 치안유지법을 잘못 사용하여 기독교를 탄압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대정 14년(1925년)에 치안유지법이 입법이 될 때만 해도 이 법은 공산주의자들 즉 사유재산을 부정하거나 국체의 변혁을 목적으로 결사를 한 자나 그 조직을 처벌하기 위해서 제정한 법이었다. 그러나 소화 16년(1941년)에는 종교를 탄압하기 위해서 이 법을 개정하여 시행을 하였다. 이법의 제7조에는 “국체를 부정하거나 신궁 또는 황실의 존엄을 모독할 수 있는 사항을 유포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사를 조직한 자 또는 결사의 역원 기타 지도자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무기 또는 4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결사에 가입한 자 또는 결사의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1873년에 기독교 금지령을 해제하여 종교자유의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것처럼 했으나 치안유지법이라는 악법을 제정하여 기독교를 박해하고 있다는 것을 검사에게 오히려 추궁을 했다.

 

또 하나는 양 목사를 영미 선교사들에게 세뇌된 스파이라고 공격했다.

순천노회가 신사참배 가결을 했을 때 선교사들이 일제히 반대를 했고 그로 인해서 순천노회와 관계를 청산했는데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것은 아직도 그들과 결탁이 되어 있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나 양 목사는 그들과 내통할 방법도 없음을 알면서 그런 누명을 씌우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하면서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금까지 비교적 친하게 대하는 것 같던 검사가 이 대목에서는 돌변하여 아주 극심한 고문을 가하며 스파이 혐의를 인정하고 관계자들의 이름을 말하라고 협박했다.

 

여기서 주기철 목사가 주장한 조직적인 신사참배반대운동을 반대한다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이런 검찰의 모진 고문에 의해서 한 사람이 붙잡혀 가면 모든 조직원들을 토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적인 반대가 오히려 위험한 것임을 그는 여러 번의 옥고를 치르면서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구례경찰서에서 보내온 양용근 목사의 신원조사 답신서에 기록된 사항에 대해서 사실여부를 심문하였다.

섬진강의 저자 진병도는 그 신분조서 내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첫째 하곡, 추곡을 비롯해 모든 공출 반대 사상을 교인과 주민에게 고취시켰고, 둘째 징병, 징용, 기타 헌신적 황은보답사업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교육했고, 셋째 신사참배와 봉안전 참배, 동방요배, 순국용사에 대한 묵념이나 황군의 무운장구를 위한 묵념 등을 반대하도록 했고, 넷째 서낭당,불당,무당행위,복술행위,미신행위를 막기 위해서 주민들을 사랑방이나 정자나무아래 등에서 계몽했고, 다섯째 황군 군비보충에 이바지하고자 수집하는 가정의 유기 그릇, 유기 수저와 저 그리고 쇠붙이 수집 등에 응하지 말도록 설교했고, 다른 데서는 헌납한 곳이 많은데 구례읍교회 종탑의 종 헌납을 끝까지 반대해서 지금도 시끄럽게 새벽을 깨우며 괴롭히고 있고, 여섯째 지금은 말세이고 예수 재림이 가까웠으니 일본제국의 멸망이 임박했다고 설교했고, 일곱째 병사나 천수를 다함보다 지금은 순교를 할 때라고 설교할 때마다 외쳤고, 여덟째 징용이나 징병에 가서 희생당한사람들의 가정이 교인가정이 아니어도 심방해서 전도를 하되, 대일본제국과 천황 폐하를 모독하는 언사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전력을 경주한 가장 악질 불령선인인 개신교 목사라고 적혀 있는데 이 모든 기록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가?”

구례경찰서는 양용근 목사가 부임해 올 때부터 감시를 했으며 특별히 순천노회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 있을 때 철저하게 감시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양 목사의 행적은 그들의 말대로 일본대제국과 천황을 모독하는 가장 악질적인 개신교 목사였다.

 

양향모(광성교회 담임목사, 개혁주의목회자훈련원 원장, 양용근목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