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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양용근 목사를 조명한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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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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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모 목사

 

3. 동방요배 거부

양 목사가 감방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 단식투쟁이었다. 간수에게 말한 단식이유는 자신이 신사참배반대와 동방요배 반대로 치안유지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아 복역 중인 사람임을 주지시켰다. 그런 자신을 감옥에 와서 다시 그것을 죄로 여겨 폭행을 가하고 특별감방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일사일벌의 법칙에 어긋난 불법이며 동일한 범죄로 이중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불법임을 항의하기 위하여 단식을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런 양 목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일제는 이미 치안유지법을 개정하여 그 법을 어기는 자에게 더 큰 형벌을 내리게 했다. 양 목사와 그 일행은 치안유지법이 개정되기 이전의 법을 적용하여 낮은 형량을 선고했으나 지금부터의 범죄는 새로 개정된 치안유지법에 의하여 높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

 

개정된 치안유지법은 “국체를 변혁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사를 조직한 자 또는 결사의 역원 기타 지도자의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나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결사에 가입한 자 또는 결사의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이제 이 법을 어기면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게 하여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동방요배나 묵념이나 황국서사시낭독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명백하게 이 치안유지법을 어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 목사의 이런 행위는 현행범으로 다시 기소하여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위중한 범죄였다. 다행히 단식 8일째 되던 날 양 목사를 주시하고 그의 신분을 살펴본 형무소장이 특별한 배려로 양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동방요배를 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로인해 양 목사는 단식을 풀고 보식을 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양 목사는 동방요배에 동참하지 않아도 구타나 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소장의 입장을 생각해서 남들이 보지 않는 뒷자리에 서서 표가 나지 않도록 행동했다.

 

감옥생활에서 문제가 된 또 하나는 그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와 한 방에 있는 죄수들에게는 물론 소장을 비롯한 모든 근무자들에게 항상 복음을 전했다. 종교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의 전도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우상숭배 금지에 관한 것이 문제였다. 하나님 외에 모든 신은 우상이며 거기 절하는 것은 가장 큰 죄악이라고 가르쳤다.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고 하여 현인신이라고 숭배하는 것은 죄라고 가르치며 신사참배나 동방요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감옥에 수감 중인 죄수들이나 그들을 감독하는 간수들도 이미 양용근 목사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하는 말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같은 방에 수감되어 있던 다섯 명의 수감자들은 다 양 목사의 전도에 감화되어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감방 안에서 학습을 받고 세례를 받았다. 나라도 빼앗기고 더러는 약소국 민족이라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그들에게 양 목사의 설교는 소망을 주었다. 일본이 곧 망한다는 말은 그들에게 더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당시의 많은 목회자들이 일본은 곧 망할 것이고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사실 그로부터 채 2년도 안 되어서 일본이 망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4. 석방 유혹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수감생활 중에도 유혹이 있었다. 법대를 나온 양 목사의 인품이 아까워서일 수도 있고 해소천식으로 고생을 하는 것이 너무나 불쌍해 보여서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동방요배 거부로 수시로 말썽을 부려서 다른 수감자에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소장은 양 목사에게 신사참배를 약속하면 가석방으로 풀어줄 것이며 그것으로 다시 수감되는 일이 없이 완전히 석방되게 해 주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나 그런 회유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자신이 처한 고통스런 상황을 더욱 감사하게 생각하며 유혹에 굴하지 않았다. 신사참배가 우상숭배가 아니고 국민의례이기에 신사참배를 하는 것이 죄가 아니며 백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노회가 결의하고 총회가 결의하여 시행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목회자들도 죄의식 없이 시행하고 있는 신사참배였다. 그런 신사참배를 지금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말로서 한마디만 앞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나와서 아픈 몸도 치료하고 얼마든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왜 그 일에 그렇게 고집을 부렸을까. 왜 그런 기회를 일부러 거부했을까. 그렇게 철저하게 계명을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양향모(광성교회 담임목사, 개혁주의목회자훈련원 원장, 양용근목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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