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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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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수미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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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04조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2. 10. 31. 위 규정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렸었으나, 그로부터 7년 후인 2009. 11. 26.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위 형법 규정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의 주된 논거는 위 형법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나아가 남성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데, 남성이 폭행이나 협박 등의 해악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남성의 내밀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혼전 성관계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유도행위 또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점,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법의식이 많이 변화하여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더 이상 여성의 착오에 의한 혼전 성관계를 형사법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미미해졌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다수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유혹하고 정교에 이르는 행위는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에 해당되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경우에는 이미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 부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즉, 혼인빙자간음죄는 오직 남성이 여성을 쾌락의 대상으로 여겨 혼인의사도 없이 혼인빙자의 위계로써 기망하여 성관계를 편취하는 반사회적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므로, 피해 여성이 이에 대하여 고소를 한 경우 이에 대하여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마땅히 필요한 일이지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영역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사회의 성적 관념이 변화하였다고 하더라도, 남녀의 신체구조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성관계에 대한 남녀에 따른 윤리적․정서적 인식상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더욱이 남성의 적극적 위계․기망행위에 의하여 부녀가 성관계를 가지게 된 후 나중에 그것이 위계․기망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혼인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깨어져 심각한 정신적 고통 및 신체적 후유증을 감당하게 될 경우 이를 가리켜 ‘해악적 문제가 수반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상당수의 여성이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고 최근에도 혼인빙자간음행위의 피해자 수가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인 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다수의 선량한 피해 여성들에 대한 법률의 보호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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