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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분류

솔로몬의지혜 | 정의(義)와 긍휼(仁)과 믿음(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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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용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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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23장 23절에는 “화 있을진 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의 더 중한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의 생존시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인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율법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준수를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정죄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며 심지어 돌로 쳐 죽이는 일까지도 저질렀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형식적으로만 율법을 지키는 위선자들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이 저주를 한 것이다.

얼마 전 담당했던 사건에서 법조인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사건을 처리했을 때 얼마나 엄청난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우선 접한 공소사실 내용만으로는 그 피고인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잔인한 내용의 범죄였기 때문에 상당히 긴장하였었는데 의뢰인을 수차례 접견하고 사건기록을 복사해서 검토하였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사기록 상 그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었던 것이었다. 의뢰인은 사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초동수사부터 의심을 받아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는 등 철저한 조사를 받고 혐의를 벗었는데 당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도 의뢰인이 ‘진실’하다는 것이었다. 나의 판단으로 그 피고인은 증거가 없음에도 살인죄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검거된 공범이라는 사람과 의뢰인인 피고인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인 제보자의 진술도 신빙성이 전혀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 재판과정에서 제보자등 증인들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게 번복되었고 공범의 변론을 대형로펌의 변호사가 담당하여 체계적인 변론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무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 사건을 담당한 덕분에 의뢰인과 소개해준 분들로부터 ‘은인’이라는 칭찬을 받게 되었으나 본인은 사법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게 가동되면 내 자신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개운치가 않다.

나 혼자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기소되는 사건들 중 상당수가 그 증거와 법리가 상당히 허술한 것 같다. 검사나 법관이나 경험과 연륜이 쌓이기 전에 개업을 하여 많은 사건들이 훈련이 덜되고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 의하여 다뤄지고 있고 게다가 후임자들을 철저히 가르치던 전통이 우리사회의 개인주의적인 경향으로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느 선배 원로변호사가 ‘요즘 법관들은 약아서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추어 재판을 진행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표현이 좀 지나친 것은 있지만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경험도 있기 때문에 전혀 부인할 수는 없었다.

사법제도는 “정의와 긍휼, 신뢰”라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인데 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처럼 자신들의 효율과 편리를 위하여 형식적으로 운영할 경우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법부와 수사를 담당하는 법조인들이 가장 중요한 “의와 인과 신”의 가치를 이루기 위하여 제대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반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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