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사님이 강의하면서 미국의 911대원들이 나와서 사람 구조하는 티비 시리즈물을 보고 자신도 사람 살리는 저런 일 좀 해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우리가 일하는 모든 직업은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지만 일선에서 치열하고 위험하게 사람 살려내는 일을 하는 직업이 바로 소방관이다.

볼티모어 소방서의 래더 49팀에 신입으로 들어온 잭 모리슨은 쇼핑을 갔다가 여인 린다를 만나 한 분에 반했다. 펍에서 “너희들은 참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은 불이 나면 다 도망가는데 너희는 불이 타는데 들어가잖아.”라고 린다가 추켜세우자 잭이 말한다. “직업일 뿐이야.” 그럼 그저 직업일 뿐이기에 잭이 소방관이 되었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의 관심은 ‘사람’이었다. 마이크 케네디 서장 밑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화재 진압 현장을 누비면서 잭은 사람 살리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동료들을 하나 둘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치명상을 입는다. 린다와 아이들도 두려워한다. 잭은 자신의 두려움보다 가족의 불안과 걱정이 더욱 가슴 아프다. 소방관들의 가족생활은 어떤가? 뛰어난 직업정신과 따뜻함을 가진 마이크 서장은 결혼 9개월 만에 이혼했고 서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산다! 잭에게 갈등이 많은 것을 알고 부관 자리로 옮겨주겠다고 서장이 말한다. 부관이 되면 야근이 없는 날에는 집에 있을 수 있고 화재 진압을 나갈 필요도 없고 시간당 70센트 씩 급여도 오른다. 하지만 막상 그런 여건이 주어지자 아내 린다는 반문한다.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야?”

그랬다. 사람 살리는 그 일이 자랑스러우니 10년 간 잘 견뎠다.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사람 구하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버텨냈다. 크리스마스 날, 잭은 진압 현장에서 소녀 제니를 구해 겨우 호흡을 되살리고 나서 성당으로 향한다. 그렇게 사람을 살리고 가족과 드리는 크리스마스 미사가 얼마나 귀한 기쁨인가! 예수님의 성육신 정신을 그는 직업 속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아닌가?

이 모든 10년 세월을 잭은 회상한다. 20층 건물의 큰 화재현장에서 한 사람을 구해내고 나서 자신은 바닥이 주저앉아 떨어진 곳에서 신음하면서 회상한다. 30분의 시간 동안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잭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동료들, 속이 타는 마이크 서장, 그러나 길은 없다. 마지막 구조 활동이 막힌 것을 알자 사람 구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해왔던 잭은 서장에게 무전기로 말한다. “내 말 들어요. 대원들 건물에서 빼세요. 그리고 린다에게 전해주세요.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다고. 우리 애들 잘 돌봐달라고요.”

눈물을 머금고 마이크는 대원들에게 알린다. “대원들은 즉시 건물에서 이탈하라.” 더 이상의 대원들의 희생을 막으면서 잭은 그렇게 사람들을 살리면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마이크 서장과 소방관 동료들이 잭과 영원한 이별을 하는 날, 서장은 잭이 마치 옆에 있는 듯 말한다. “사람을 돕고 싶어 자원했던 소방관, 자넬 결코 잊지 않겠네. 자넬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어. 그렇게 사람 구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용기가 정답이야. 자네의 죽음을 추모하지 않고 축하해야 하겠네. 잭 모리슨의 영광을 위해 박수를 보냅시다.”

비단 소방관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 직업인들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사람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구원 받은 것이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바로 그 일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만약 그 일을 자기가 하지 않으면 화가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울에게 있어서 직업관은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도록 구원받았다는 구원관과 연관되어 있으니 의미심장하다(고전 9:16). 운전기사는 자신의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구원받은 것이고,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서 태어났고 구원받은 것이다. 오늘도 일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다. 생각해본다. 나는 장례식 때 영광스럽게 천국 문으로 향한 사람의 모습을 축하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치는 박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