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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 ‘존엄사’ 논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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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용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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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이어서 대법원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하여 호흡이 유지되고 환자의 가족들이 인공호흡기의 제거청구를 인용한 판결 선고 후 속칭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 학계 뿐 아니라 일반시민들까지 ‘존엄사’를 허용하여야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속칭 ‘존엄사’ 허용여부에 관한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환자에게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중단의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다시 말하자면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그러한 상태에 빠지기 전에 인공호흡기나 기관 삽관 등 기계장치에 의한 호흡유지치료에 대하여 거부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하여 주로 다투어지고 있는데 법원은 그러한 환자의 의사가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논쟁과 법원의 심리과정을 지켜볼 때 몇 가지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

우선 ‘존엄사’라는 명칭에 대해서이다. 속된 말로 ‘개죽음’이라는 용어가 있듯이 어떠한 죽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혹은 약자들을 위하거나 어떤 대의를 위하여 택한 숭고하고 희생적인 의미가 있어 ‘장렬하다’고 하거나 ‘존엄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하여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생명유지 장치의 도움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을 유지하면서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그러한 의료적인 처치를 받지 아니하고 사망하면 ‘존엄사’이고, 그렇지 않고 소생과 회복을 기대하며 인공호흡기 등의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여 계속 치료를 받다가 병의 악화로 인하여 사망하면 ‘존엄하지 않은 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서 1990년도에 심장마비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상태가 되어 10수년 동안 튜브를 통하여 영양을 공급하며 생명을 유지하였던 테리쉬아보(Terri Schiavo)의 남편 마이클쉬아보(Michael Schiavo)가 법원에 테리의 영양공급튜브를 제거하여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하였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 튜브를 제거한 후 13일 후인 2005년 3월 31일 테리가 사망한 사건이 있어 수많은 논쟁을 거쳤는데 이제는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논쟁이 현실화 된 것이다.

‘존엄사’라고 표현되고 있는 연명치료행위의 중단도 일종의 ‘소극적 안락사(Euthanasia)’이다. 그럼에도 치료행위의 중단을 청구한 측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행위의 중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다른 대다수는 ‘존엄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바, 이는 ‘안락사’라는 표현이 주는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락사’ 즉,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고 인간의 선택과 개입에 의한 죽음은 그것이 적극적인 개입에 의하든 소극적인 개입에 의하든 ‘자살’행위를 윤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처럼 허용되는 것은 윤리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 사전에 유언이나 ‘사전의료지시’의 방법으로 인공호흡기나 영양공급튜브의 사용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그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적법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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