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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당신은 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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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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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설 <SP>-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있다. 가네시로 가즈키인데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재일교포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다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와 책에 빠져들어 결국 소설가가 된 사람이다. 조선인 학교에서도, 일본인학교에서도 차별을 감수하며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재일 조선인의 애환을 다루는 독특한 작품세계가 특징인데, 『GO』, 『영화처럼』 등 여섯 권의 소설들을 재밌게 읽었다. 소설을 주로 쓴 그의 첫 시나리오『SP』를 보았다. 일본 후지 티비에서 드라마 <SP>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MBC 에브리원을 통해 방송되었다고 하는데 드라마는 보지 못했다.

그 시나리오집 속에 멋진 장면이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다. SP란 Security Police를 말하는데 요인들을 테러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띤 특수경찰이다. 드라마 대본답게 소설에서도 톡톡 튀던 유머와 감각을 한층 더 발휘하는 가네시로 가즈키는 에피소드 3에서 직장사역자의 눈에 띄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경시청 경호부 소속 4계 기동경호반의 책임자인 오가타 계장과 네 명의 요원들이 정말 드라마 같은 경호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채업자나 다를 바 없는 금융조합의 책임자를 경호하게 된 4계 요원들, 인터넷 주식 정보 사이트에 루머를 올리면서 돈 타령을 하던 오하시가 요원들에게 말한다. “당신들 말이야. 돈 때문에 일하는 거 맞잖아? 만약 월급을 안 준다고 하면 이런 일 당장 그만둘 거 아니냐고?” “… 당신들은 돈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보호하고 돈을 받지. 안 그래?”

그 앞에서는 아무 말 않고 나온, 동물적 경호 감각을 가진 이노우에 요원이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함께 ‘돈타령’에 대해 들은 오가타 계장이 말한다. “우리는 눈앞에 있는 마루타이를 목숨을 걸고 지킬 뿐이야. 돈은 관계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경호하는 SP들의 열정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오하시가 말한다. “정말 고된 직업이로군. 노동에 걸맞은 돈을 받기는 하나?” “…모르겠습니다. 일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나 같은 인간을 경호하고 싶지는 않겠지?” “…우리는 임무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경호 대상자가 어떤 사람이든 좋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직업의 의미를 이해하는 오가타 계장이 명대사를 날린다. “ 경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우리를 믿으십시오. 그럼 우리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목숨 걸고 당신을 지킬 겁니다.”

나중에 검찰의 개입으로 오하시의 경호를 그만두라는 명령을 받은 후 오가타는 소리친다. “제게서 일을 빼앗지 마십시오.” “보나마나 살해당할 게 뻔한데, 그런 인간을 눈앞에 두고 모르는 척 사라지라는 말입니까?” 경호를 계속하고 싶으면 옷 벗고 보디가드로 나서라면서 조직 안에서 까칠하게 굴지 말고 살아남는 처신을 하라는 말에 열 받은 오가타, 사무실에 돌아와 장비들을 해제하다가 두 팔로 그 모든 장비를 책상에서 쓸어내 버린다.

아무 것도 없는 책상에 두 팔꿈치를 대고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 위에 턱을 올려놓고 눈을 감은 오가타 계장. 사무실로 들어와 그 모습을 본 대원들이 말없이 권총을, 수갑을, 무전기와 곤봉을, 경찰수첩을 주워 하나씩 책상에 올려놓고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돈(Money)보다 일의 의미(Meaning)를 아는 이 사람들은 직업관이 투철하다.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Mission)까지 가지고 있다면 더 멋지다. 일의 가치를 알고 신뢰를 알고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멋진 직업인의 모습이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가져야 할 멋진 직업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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