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주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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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오용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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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에 경험한 일인데 한 국회의원을 만나기 위하여 국회의원회관에 갔다가 매우 당혹스러운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국회의원회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회관 정문을 통과하려고 하는데 경비의 제지를 당하였고 경비는 그리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의미의 손짓을 하며 그 정문 좌측에 있는 쪽문으로 들어 올 것을 지시하였다.

그 당시는 ‘보안점검과 방문객들의 신상 파악을 위하여 정문은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였는데 지시대로 쪽문으로 들어간 후 검색대를 통과하여 좌측에 설치된 카운터에서 신고양식에 나의 신상과 방문할 의원실, 방문목적 등 필요한 사항을 기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아 익숙한 국회의원 한명이 주변에 눈길도 한번 주지 않고 의원회관 정문을 통과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어서 얼굴을 모르는 직원들도 급한 발걸음으로 정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한 모습들을 볼 때 복잡한 생각과 함께 스스로 너무 초라하다는 열등감에 사로 잡혔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볼 때, “우리가 내는 수익의 40% 가까운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내며 권한을 부여한 국민들은 민주주의국가의 주인이고 선출직 공무원들인 의원들이나 의회의 직원들은 사실상 국민들의 공복인데 이들이 주인인 국민들에 대하여 머슴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나빴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에서 뿐 아니라 중앙이나 지방의 관공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관공서 주차장의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들도 자신들이 알아볼 만한 사람들이 아니면 딱딱하고 불친절한 얼굴로 손을 저어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공서의 표정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소할 수밖에 없는 광경들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물마다 걸린 예비후보들의 포스터에는 엄청나게 큰 그 후보의 인물사진과 이름만 눈에 띈다.

국민들은 어떤 인물인지도 모르고 후보자의 얼굴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허술한 선거절차라도 일단 당선된 선출직 공무원들은 인사권과 예산권 등 막대한 권한을 4년 동안 누리며 자신의 이해와 관련 없는 국민들을 대할 때는 거만하고 무시하는 눈빛으로 대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권한을 행사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국민이 주인이고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의사에 의하여 선출되거나 임명된 공복(public servant)이라는 것은 분명한 원칙이고 우리의 헌법과 각종 법률의 내용도 그러하다.

그런데 국민들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거대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으면 일단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현재의 선거제도는 매우 문제가 많고 결함이 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이 시점에 제도의 흠을 탓하기는 너무 시간이 없다.

투표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질이 부족하고 오만한 인물에게 자신의 세금과 국가의 공무원 조직을 맡겼을 때 4년 동안 무시당하고 참아야 할 것을 생각한다면 투표권행사를 신중히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구별이 쉽지는 않지만 좀 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주인을 잘 섬길만한 충성스럽고 겸손한 일꾼을 선출하기 위하여 라도 모두 투표에 참여하여 주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권오용 변호사(인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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