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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매와 비둘기의 듀엣은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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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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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둘 이상 모인 곳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있게 마련이다. 강경한 리더와 온건한 리더 간의 갈등도 공동체의 갈 길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꽤 오랜 전에 나온 영화 <유령>(민병천 감독)이 그럴 듯하게 묘사하는 핵잠수함의 내부와 승조원들의 갈등 상황 속에서 오늘 우리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 ‘그래, 일터엔 언제나 그렇게 강경파와 온건파가 박 터지게 싸우곤 하지!’라는 탄성이 나온다.

영화는 그 존재뿐 아니라 잠수함에 타는 승조원들까지 모두 국가 기밀 사항이어서 번호로만 불리는 핵잠수함 ‘유령’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부함장 202(최민수)와 훈련 도중 상관을 살해하고 사형을 당해 지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처리된 채 유령에 온 431, 이찬석 소령(정우성). 이 둘은 강경파와 온건파의 상징이다.

진 해크먼과 덴젤 워싱턴이 열연한 영화 <크림슨 타이드>가 러시아 핵잠수함의 공격 위협에 대해 강경히 맞서는 함장과 세계 대전을 우려하는 부함장간의 갈등을 보여 주었는데 그에 비해 <유령>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모티브는 다소 복잡하다. 러시아 차관 상환 대금으로 비밀리에 들여온 핵잠수함의 존재가 탄로 나면서 강대국들 앞에서 전전 긍긍하는 나약한 정부를 묘사한다. 그래서 핵잠수함을 결국 태평양 한가운데로 보내 그곳에서 자폭시키려 한다.

부함장 202는 그런 정부와 함장에게 분노를 터트리며 함장을 죽이고 유령의 지휘권을 접수한다. 그는 조국이 명예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잠수함 기지를 비밀리에 건설 중인 일본을 핵폭탄으로 폭격해야 하며 그래야 대한민국 군인의 자존심이 선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무모한 짓 대신 유령에서 우선 살아 나가자고 주장하며 홀로 싸우는 431의 대결이 영화 전편에서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이 둘의 리더십 스타일은 마치 직장에서 보는 상사들이나 자신의 모습이다. 강경파 202와 온건파 431의 말과 행동 속에 나타나는 사고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은 그들의 대화 속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강경파의 말과 행동은 이런 것이다.

“일본 공격은 구겨진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세우는 마지막 기회야.”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건가? 목숨을 구걸하는가?”
“핵은 한 국가의 완전한 주권을 의미한다.”
“철없는 낭만주의자들이 남기는 건 상처뿐.”
“유령을 포기한다. 수고한 제군들에게 감사한다. 역사는 우리를 알아줄 것이다.”
이런 강경파는 핵 발사대의 열쇠를 삼킨 주방장의 배를 갈라서라도 열쇠를 찾고 잠수함이 침몰의 위험에 처해도 해치를 열고 미사일을 발사한다. 그리고 강경론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야무진 꿈이긴 하지만.
반면 온건파의 말과 행동은 조금 다르다.
“미사일을 날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역사가 바뀌지 않아.”
“자폭용 시한폭탄을 찾았다. 이제 살아나가자.”
“한 사람이 세상을 못 바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몫이야.”
“생각해 봐. 옳은 길이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애들을 탈출시키자.”

온건파는 강제 수술을 당하고 죽어가는 주방장에게 “미안해. 나 이찬석이야.”라며 인간적인 연민을 보낸다. 한탄의 눈물도 흘린다. ‘이들을 살릴 수 있었는데.’ 그리고 온건파는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맞는 사람이다. 동네북과 같아 애처로울 정도이다.

강경파 202에게는 거수경례하고 권총으로 자살하는 충성스러운 부하가 있다. 그는 대단한 지휘 능력을 갖춘 실력파다. 그의 부하들도 훌륭하다. 일본 잠수함을 세 척이나 잡는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스위치는 자폭 스위치였던가, 끝내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구조적인 모순 앞에 매와 비둘기는 조화로운 듀엣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핵잠수함 속에서 나란히 시체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 말미의 독백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그와 나의 싸움은 무엇을 찾기 위한 싸움이고 희생인지?’
둘은 의사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 나갈 수는 없었을까? 직장 안에서 일 중심인 사람은 주로 강경파요 사람 중심인 사람은 주로 온건파로 구분된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만약 두 리더십을 합할 수만 있다면 최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생각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적어도 함께 죽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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