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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경영|남음과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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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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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고 등화가친의 계절이다. 가을은 결실과 수확의 계절이며 동시에 단풍과 낙엽의 때이기도 하다. 인격과 덕행으로 그리고 넉넉한 재물과 자손들로 노년을 맞는 사람을 흔히 복 많은 사람으로 일컫는다. 이중에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그를 열매 풍성한 가을 나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오랜 격언 중에 ‘호사유피 인사유명 (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 이름을 남긴다)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한 대답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근래 세상을 떠나며 의미 있는 삶의 자취를 남긴 사람들을 기억하게 된다. 많은 정치가, 부자들이 있지만, 잔잔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 사람들이 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카네기멜론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시(Randy Pausch)의 ‘마지막 강의‘는 얼마 남지 않는 삶에 좌절하지 않고 값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지내며, 자녀들에게 어떤 지혜를 남겨줘야 할지를 강의 형식으로 남겨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그는 행복한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며,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그는 오늘을 힘겨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선사하고, 삶을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며,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소중함 꿈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 주고 있다.

탁월한 영문학자요 수필가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간 장영희 교수는 길지 않는 시간을 오래 값지게 남기며 우리에게 쓰고 있다, “인생은 길 없는 숲이고, 길을 찾아 숲 속을 헤매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입니다. 나무를 헤치며 가다보면 때로는 얼굴에 거미줄이 걸리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눈이 찔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떠났다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시 중간에 시인은 말합니다.

운명이 내 말을 일부러 오해하여/내 소원의 반만 들어주어 날 아주 데려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기를.
잠시 떠나고 싶지만 영원히 떠나고 싶지는 않은 곳이 바로 이 세상입니다. 어차피 운명은 믿을 만한 게 못 되고 인생은 두 번 살 수 없는 것. 오늘이 나머지 내 인생의 첫날이라는 감격과 열정으로 사는 수밖에요″라고(‘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227쪽)
그리고 그녀는 에밀리 E. 디킨슨의 ‘만약 내가(If I can…)’를 소개하고 있다.

“만약 내가…” -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듭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닙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합니다.....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입니다.″( 위책 188~191쪽)
깊어가는 가을은 열매와 떨어지는 잎새와 우리의 남겨진 시간을 생각하며,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을 바라 보게 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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