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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남비와 박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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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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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냄비는 구세군이 연말에 실시하는 가두모금 운동으로 1891년 샌프란시스코의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Joseph McFee)에 의해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배 한척이 샌프란시스코 항구 근처에서 파선당하여 난민들이 생겨났고, 경제 불황이었던 당시 시에서는 그들을 도울 예산이 없어 난민들이 추위에 떨며 굶주린 채 지내야만 했다.
갑작스런 재난을 당하여 슬픈 성탄을 맞이하게 된 약 1,000명이 넘는 사람들과 도시빈민들을 먹여야 했던 구세군 사관 조지프 맥피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던 중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옛날 영국의 리버풀 부둣가에서 가난한 사름들을 돕기 위해 사용했던 "심슨의 솥"이었다. 주방에서 사용하던 커다란 쇠솥에 다리를 만들어 거리에 내 걸고, 그 위에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써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솥에는 성탄절에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 충분한 기금이 모여지게 되었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성탄이 가까워지면 시작하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출발점이다.
자선냄비는 나눔과 이웃에 대한 배려의 산물이다. 자기의 남는 것이나 필요한 것의 일부를 아껴 조금씩 남을 위해 내어 놓고, 그것이 모여지면 큰 힘이 되고 많은 이를 도울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이웃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웃의 조건에 서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웃의 아픔에 동조하여 같이하려는 마음을 맹자(孟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이해하며 근원적 인간 마음의 하나로 정의했다. 사람이 부딪히고 있는 모든 현실적인 어려움과 차별 즉 인종·종교·신분·풍습·이해관계 등의 차별을 초월하고 인간성을 기초로 하여 근심·불행을 같이 나누려는 인간애를 갖게 된다. 인간이 가지는 공통의 감정은 장소와 범위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단체의 범위에서는 단체정신으로, 집단에서는 연대감으로, 민족의 범위에서는 민족주의(국민주의)로, 국가에서는 애국주의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든 장소와 범위에서의 각 성원은 일정한 공통의 감정을 가진다. 그러한 범위가 인류·인간이란 범위까지 확대됐을 때 가지는 공통의 감정이 박애(博愛, philanthropy)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는 그 대상인 조국이나 국민사회 전체로부터 떠나서 다른 종류의 애국주의나 국민주의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전환성이 있고, 다른 종류의 국민주의나 애국주의에 대해서 대립하는 배타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전 세계적인 범위에 귀속될 때는 인간인 이상 전환성이나 배타성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박애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넓은 의미의 공통감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os, BC 525?~BC 456)는 신들을 사랑하는 것보다는 인간을 사랑하는 것을 philanthropia(인간애)라고 불렀고 이는 후에 박애를 뜻하는 말의 어원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극악인(極惡人)에 대해서까지도 느끼는 사랑의 아픔을 인간애라고 보았다. 로마 시대에 들어와서 이 말은 ‘humanitas’로 변역되어 단순히 인간애라는 뜻만이 아니라 널리 교양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근대에 와서 휴머니즘을 배경으로 이 박애사상을 실현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18세기 독일의 바제도(Johann Bernhard Basedow,1724~1790)였다. 그는 루소로부터 이어받은 교육 이념 아래 범애학교(汎愛學校: philanthropinum)를 설립하여 박애주의 교육을 실시하였고, 이 이념은 J.H.페스탈로치, F.프뢰벨의 교육이념으로 전개되었다.

‘박애’는 정치적으로는 프랑스혁명 때에 ‘자유’ ‘평등’과 함께 혁명의 모토가 되었다. 근래에는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자본주의와 평등을 강조하는 공산주의간의 갈등의 대안으로 박애를 기저로 한 제3의 길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웃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나눔을 실천강령으로 하는 박애주의는 오늘 날 여러 사회문제와 구조악을 타파하는 오래되고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박애주의는 평화주의 ·비폭력주의 ·세계주의와 함께 L.N.톨스토이 사상의 한 중심이 되었고, M.간디의 무저항주의, E.슈바이처의 삶의 외경(畏敬)으로도 발전되기도 하였다.
자선냄비와 같이 내 작은 것을 열어 이웃에 베푸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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