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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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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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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의적으로 계획하고 출발하여 진행하는 공간적 이동을 말한다. 물론 공간적 이동과 동시에 시간적 변화와 이동을 내포하게 되기도 한다. 반면에 표류는 자의와 달리 타의나 어떤 강제적 여건에 의해 이동하거나 공간적 이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여기서도 물론 시간적 이동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 둘 다 개인의 생각과 의식적, 무의식적 흐름의 변화는 별개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여행을 시켜라”라든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또는 “젊은 날의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 등에서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동경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얻는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옛사람의 지혜를 보게 된다.
많은 여행기들은 그런 경험을 갖지 못한 다수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어 왔다. 우리나라의 오랜 여행기로 신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있고 조선후기의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이 있다. 서구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중세 서구사회에 놀라운 충격을 주었다. 사라센 제국의 이븐 바투다(Ibn Battūtah ,1304~1368)의 “여행기”는 막연한 이슬람세계에 대한 살아있는 삶을 보여준 유명한 여행기다. 그는 모로코 탕헤르 출생으로 1325년 이집트·시리아를 거쳐 메카로 성지순례를 하였고, 이어서 이라크·페르시아·중앙아시아·인도를 여행하였고, 1345년 중국 취안저우[泉州]를 거쳐 베이징[北京]에 이르렀고 1349년 바그다드·메카·이집트를 거쳐 돌아갔다. 그 뒤 사하라 사막을 여행, 나이저강(江)에 이르렀으며, 30년에 걸친 여행거리 12만km의 여행기인 “도시들의 진기함, 여행의 경이 등에 대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1356)을 남겼다.

우리와 관련하여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선원인 하멜의 “하멜표류기”가 있다. 하멜 일행은 1653년(효종 4) 8월 16일 제주도에 표착하여 1666년(현종 7) 9월 일본으로 탈출하기까지 13년 동안 조선에서의 생활과 견문을 기록한 책이다. 당시 하멜은 포수 출신 선원으로 타고 있던 배의 서기(書記)였다. 원래는 인도총독과 평의원에게 올리는 보고서로, 1668년 암스테르담에서 출판되었다. 출판 시 여러 장의 삽화도 곁들였으나 당시 조선의 풍경과는 별로 맞지는 않았다고 한다.

조선 시대 대표적 표류기로 두 경우를 들고 있다. 하나는 조선 전기 최부(崔溥, 1454~1504
)의 “금남(錦南)표해록(漂海錄)”으로 중국으로 가던 중 갑작스럽게 풍랑을 만나 표류하면서 겪게 되는 체험을 담고 있다. 당시 중국의 사회와 생활에 대한 세밀한 묘사로 후대에 명작으로 평가 받게 되었다. 그는 현재 광주광역시의 중앙 대로인 금남로(錦南路)의 금남이란 호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 외에 장한철의 <표해록>, 문순득의 <표해시말> 등이 대표적인 표류 작품으로 꼽힌다. 표해록은 모두 현장감을 중시한 실기 혹은 보고문학으로, 1인칭 서술로 되어 있거나, 일기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항해 중에 뜻밖의 풍랑을 만나 정처 없이 표류하면서 악천고투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이들이 바다와 새로운 세계를 표류하며 체험한 생생한 기록이며 당대의 삶의 기록이다.
근래 바다와 새로운 세계를 표류했던 기록인,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홍어 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서미경,북스토리)가 책으로, 방송(KBS)으로 알려졌다. 문순득(1777~1847)은 죄인들의 유배지로 악명 높았던 우이도에서 홍어를 팔러 나갔다가 태풍을 만나 표류를 당한다. 그는 험난한 표류 여정 속에서도 외국의 언어와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였고, 3년 2개월 만에 돌아온 홍어 장수의 표류담에 귀를 기울이던 실학자 정약전이 이를 손수 <표해시말>로 기록해 남기도 하였다. 이런 표류기가 세간의 주목받는 이유는 폐쇄적인 사회를 전혀 다른 시각과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 있다.

2012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새로운 지적 도전과 새로운 삶의 기회들을 넓히며 더 큰 일과 사업의 바다에 많은 사람이 도전한다. 더러는 성공적으로 목표항에 도착하기도 하며, 더러는 표류하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또 삶의 기록을 남기는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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