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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순수가 찌든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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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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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와 자장면을 좋아하고 초원(草原)의 얼룩말에 집착하는 영화 <말아톤> 속의 초원이는 다섯 살 아이라면 너무나 당연한데, 나이가 스무 살이어서 안타까운 자폐증을 가지고 있다. 엄마 경숙은 장애가 있을 뿐인 초원이가 남들과 다를 것 없다고 하면서 달리기를 연습시킨다. 한강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3등에 입상하기도 했다. 달릴 때만큼은 멋있고 표정도 다르다고 하면서 엄마는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몸매는? 끝내줘요.”라고 세뇌시키며(?) 새로운 목표를 나름대로 세웠다. 아마추어로서 세 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서브 쓰리!
기회는 우연히 다가와서 초원이가 다니는 특수학교에 전직 유명 마라토너인 정욱이 음주운전 때문에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하러 온 것이다. 온갖 아양을 떨면서 결국 마라톤 개인교습을 받게 되었지만 코치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마라톤으로 폼 나게 해서 대리만족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경숙의 부아를 긁어놓을 뿐이다. 뛰는 게 좋다는 것은 엄마의 착각일 뿐이라면서. 그래서 서브 쓰리를 꿈꾸면서 초원에게 마라톤을 가르치려는 엄마와 코치는 갈등을 빚는다.

그들 두 사람의 모습 속에는 장애를 가진 한 아이를 대하는 세상의 모든 태도가 다 담겨 있다. 너무나 힘들게 하는 아이를 키우기에 힘들었던 엄마의 사랑과 그것이 지나친 집착, 초원만을 끼고 살아야 하는 엄마 때문에 힘든 초원의 동생과 아빠의 안타까움, 그리고 되지도 않을 것 그냥 건성으로 한다는 코치의 안일함과 무성의도 찌든 세상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덩치 큰 아이가 얼룩무늬에 집착하는 병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세상이 초원을 향해 가진 시각과 태도의 한 단면이다.
이런 세상의 온갖 몰이해와 편견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것은 바로 해맑은 소년 같은 진지함이다. 한 진지함이 초원을 귀찮게 여기던 코치 정욱을 감동시킨다. 세렝게티 치타가 엄청나게 빨리 뛰지만 빨리 뛰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는 사실을 초원에게 상기시키면서 초원에게 페이스를 조절하라고 가르친다. 눈높이 교육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버리고 초원이와 함께 뛴다. 이렇게 함께 뛰는 코치의 마음을 초원도 아는지, 자기가 마실 물을 나누어준다.

또한 초원의 순수함은 엄마의 생각과 태도도 바꾸어 놓는다. 초원을 보살피느라 위에 구멍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었던 엄마도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자기가 낳았다고 다 자기 것이 아니고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초원이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마라톤을 그만 하기로 결정했다. 초원이에게 더 이상 힘든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초원은 춘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혼자 출전한다. 매일 적는 그림일기에 “내일의 할 일 말아톤”이라고 적어놓고는 혼자 출전했다. 뒤늦게 따라간 엄마는 결국 초원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손을 놓아 떠나보낸다.

이제 혼자 싸워야 하는 초원의 마지막 레이스만 남아있다. 코치와 초원의 동생은 마지막 파이팅을 외치고 결국 혼자 남은 초원은 힘이 들어 도중에 주저앉는다. 앉아있는 초원에게 한 여성 참가자가 초코파이를 주고 떠나는데 그의 모습에서 초원은 어릴 적 엄마가 자신을 격려하던 모습을 본다. 그리곤 일어나서 그 초코파이를 버리고 달린다. 이제 스스로 그가 달리는 것이다. 이제 초원 스스로 해쳐나가야 할 일만 남이 있다. 초원은 그가 지나왔던 곳, 사람들에게 무시당했던 곳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결국 얼룩말과 함께 초원(草原)을 달린다. 비가 오면 죽을힘을 다해 치타처럼 뛰라는 코치의 말대로 심장이 터지도록 뛴다.
2시간 57분 33초. 서브 쓰리를 달성한다. 장애인으로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에도 결국 초원은 웃었다. 이전에 웃지 못하던 미소를 한껏 지어보이는 초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그의 순수함이 감동시킨 주변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이제 초원은 이제 집으로 가고 싶다. “엄마, 이제 집에 가자.” 그래서 그 힘들던 가정, 장애아가 있는 가정이면 누구나 느낄 그 아픔을 딛고 그 가정에는 기쁨이 찾아온다.

실제로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배형진 군이 19세의 나이로 서브 쓰리를 달성해낸 실화에 바탕을 둔다는 이 영화는 순수함과 진지함이 결국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감동을 주는 것이 무엇인가? 억지 감동이 아닌 가슴이 진짜로 먹먹해오는 감동은 바로 순수함이다. 오늘 우리에게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초원이와 같은 마음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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