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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속도의 이면,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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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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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살률 최고를 지속하고 있다. 사춘기의 학생들은 물론 최근에는 노인들의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다. 근래 우리사회 소위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었다. 이는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어제 오늘 생긴 일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은 지난 10년 사이 2.38배나 증가했다. 2009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는 1만5431명. 인구 10만명당 31명이 자살을 선택한 셈이다. 하루 평균 42.2명꼴, 34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사망률 1위, 자살사망률 증가 속도 1위. 2011년 현재 대한민국의 자살 지표다.

199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당 10명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자살자 수보다 적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자살률이 서서히 높아지더니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급상승했다. 자살이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며, 사회 흐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무렵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살률이 올라갔지만 대부분 외환위기가 지난 뒤 예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만 잠시 떨어지는 듯 보이던 자살률이 2000년대 이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에는 자살자 수가 인구 10만명당 20명 수준이 됐다.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정신과적 문제와 복지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본다. 자살예방협회 자료를 보면 전체 자살자의 약 30%는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50%는 신체적 질병이나 경제적 어려움, 성적 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로, 나머지 20%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유다.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에도 우울증 환자가 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체적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우리 사회의 압축 성장과 급격한 변화와 심한 경쟁 그리고 낮은 사회안전망을 들고 있다. 급격한 가족 해체와 심각한 경쟁사회로의 진전, 졍제사회적 변화 등으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상재적 박탈감에 있으나 소통하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지가 적어진 것이다.

‘다 같이 잘살아보자’ ‘민주화를 이룩하자’ 같은 사회 공통의 지향점과 가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가치가 돈이 되는 일종의 아노미(anomi) 현상도 논의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변화하는 조류에 잘 적응해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열광하지만 변화에 더디게 적응하거나 아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면당하고, 이런 사람들을 배려하는 제도나 서비스, 사회인식이 아직 부족한 게 문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하규섭(50)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와 동 협회는 자살예방 관련법 제정에 노력해 왔다. 지난 2011년 3월 국회에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 통과되면서 그들의 노력은 1단계 결실을 보았다. 이 법안은 자살예방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자살실태조사 및 정보관리체계 구축, 자살예방센터 설치, 자살 위험자 지원 및 정신건강증진 대책 마련, 자살예방 상담과 교육, 자살유해정보 예방체계 구축, 자살자 및 자살시도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예방법이 제정됐지만, 지금도 과연 이 법이 자살을 막을 수 있을까 의심하는 이가 많다. 그들은 ‘법을 만든다고 죽을 사람이 안 죽냐?’ ‘법으로 자살하지 말라고 하면 자살을 안 하냐?’고 되묻는 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고,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면 암 사망자가 줄어든다.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제도를 만들고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매스컴이 국민을 계도하면 달라지게 된다.

우리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인 자살률 1위를 국가적 제도 정비와 국민의 관심과 이웃에 대한 따듯한 배려를 통해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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