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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고향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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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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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저서 어두운데 ....” 란 고향생각은 우리 시대의 애창곡이다. 현재명 선생 작사, 작곡의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애환과 엮어져 더 애잔한 정한이 깊이 배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내 노래는 내 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한 노래에는 동시대나 이후 시대 사람들의 삶이 농울져 온 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이게 된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이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고향하늘 처다 보니 별 떨기만 반짝거려 마음 없는 별을 보고 말 전해 무엇하리.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 가건만 단 잠 못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이 노래는 먼저, 나그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읊고 있다. 시대의 아픔으로 개인의 꿈과 성장을 위해 우리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타향으로 길을 떠나고 새 일을 도모하게 된다. 타향은 늘 낯설고 나그네 된 우리에게 어려움과 슬픔을 주곤 한다.
둘째, 이 노래는 외로움에 대한 깊은 토로다. 오고 가는 사람 없이 맞는 저녁과 깊어가는 밤을 노래하며 외로움의 미학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경지에서 서늘하고 아슴한 외로움이나, 아주 슬프고 아픈 것만은 아닌 그런 외로움이다. 객지에서의 외로움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된다. 셋째, 이 노래는 비애미를 들 수 있다. 이 노래는 슬프긴 슬프다. 그러나 아주 슬프지 않고 조금 아픈 듯 슬프다. 슬픔은 우리를 정화하고 새롭게 하고 깊은 마음의 짐을 내려 놓게 한다. 좀 더 초연하여 부질없는 것과 불가능한 것들을 체념해버리는 여유와 아름다움을 함축하고 있다. 넷째, 이 노래는 부모형제와 벗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부모형제와 벗들은 우리를 존재하게하고 의미있게 하며 풍성하게 하는 중요한 관계들이다. 이들을 그리워함으로 우리는 역경을 극복하고 또다시 시작하고 어려움과 슬픔을 뛰어넘는 힘과 지혜를 얻게 된다. 다섯째, 이 노래는 애잔함을 그 정취로 담고 있다. 쓸쓸함 속에 잔잔함과 애잔함을 담고 있다. 어느 한편으로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는 적당한 수준과 정도(精度)를 유지하며 내면의 침잠과 명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담고 있는 곡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이란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도 느껴지고 심성을 울리고 호소력 있는 선율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이 노래를 좋아한다. 오랜 옛날 어머님 젊은 시절에 형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학교를 1학년 늦추며 치료할 때, 형님이 시골 평상에 누워 이 노래를 부르실 때 느끼시던 어머님의 아픈 마음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 동무 어디 두고 이 홀로 앉아서이일 저 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노래 부르던 형님의 노래 소리는 어머님의 가슴에 깊게 박히며 울림이 되셨던 것이다. 소년 시절 나도 시골 논둑길을 걸으며 해가 이울어 가는 저녁에 노래를 부르노라면 평안한 쓸쓸함에 젖어들고, 또 동생과 함께 한없이 논두렁길을 노래하면 걷던 기억이 늘 새롭다. 그 때 이 노래는 우리의 젊고 순수한 날들을 채워준 노래였다. 결혼한 후에 아내보다 23살이나 위인 오라버니가 노래에는 음치이나 딱 한 가지 알고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 데, 그것이 바로 고향생각이라는 것이다. 음정과 박자가 맞지 않는 노래를 감정에 젖어 노래하는 손위 처남의 구성진 노래에도 깊은 사연과 체화된 가락이 느껴졌다.
노래는 사람과 더불어 전해지고 사람의 삶과 애환을 닮게 된다. 대중가요의 의미가 더 절실할 때가 바로 첫 사랑할 때라던 말이 헛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노래와 가락 그리고 민요의 깊은 속살에 우리 선조들의 삶의 괘적이 있고 애환이 녹아있다. 그것이 가요이든 가곡이든 기악이든 성악이든 모두 우리들의 삶의 노래인 것이다. 예술은 삶을 노래하고 투영하고 빚으며 승화하고 더 깊게 스며들게 하는 상승과 조탁과 발효의 시간이 함께 한 것이다. 예술가의 삶의 부침과 역사적 의미와 무관하게 작품은 이미 타자화(他者化) 되고, 별개의 생명을 갖고 사람의 가슴 속에 남고 자라고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향생각을 듣고 부르며 어린 날과 부모형제를 그리는 즐거움은 늘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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