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한 기업이나 개인 그리고 국가경제의 중요한 동인이라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새로운 사업기회와 아이디어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란 말이 본래 ‘일으킬 기’(起)에 ‘업 업’(業)자다. 물론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는 업으로 기업(企業)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위험이 많음에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가치나 일자리를 만드는 일련의 행동이 기업가정신이다. 우리나라는 기업가 정신이 높은 나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금껏 남들이 안 한 일을 해서 발전했다기보다는 남들이 이미 해온 일을 조금 변경하거나 남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효율적으로 쫓아가서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이 된 것은 ‘빠른 추격’(Fast Follower)에서 잘해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잘못 시도해 실패하면 그나마 가진 것도 잃을 수 있으니, 남들이 한 것 중에 가능성이 보이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그 일들을 해온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들과 다른 어려운 조건이 있는 데 그것은 도전 할 때 실패하면 안 되고, 실패나 실수를 우리사회가 용납하는 분위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지난 5년여간 계속 머물고 있다. 이제 남을 모방하거나 따라 잡는 방식으로만은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선도자’(First Mover)로서 새로운 도전과 새 사업영역의 개척이 요구된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감한 개척과 기업가 정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전제될 때 효과적을 발현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쇠퇴하게 만드는 큰 이유는 낮은 성공 확률이며, 한 번 실패했을 때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있다. 설령 실패했더라도, 성실하게 도덕적으로 기업을 운영했는데 실패했다면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 실패하면 패가망신하고, 금융사범이 되고, 평생 재기할 수 없는 환경 아래서는 아무도 창업 같은 위험도 높은 시도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단기나 초단기 목표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구조가 결국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자멸을 가져올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 해도 100개 중 몇 개 성공할 수 있다. 실패를 경제·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실패하면 바로 파산하여 몰락하는 사회 풍토에서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그 만큼 어렵게 된다. 사회·문화적 측면이나 기업·제도적 측면에서 과거의 성공 일변도의 신화 틀을 깨고, 이제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제도를 정립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전이고, 기업가정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100개 벤처기업 중 1개만 성공하고 99개는 실패한다. 실패한 기업을 그 뒤 어떻게 취급했는지가 핵심이다.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며, 이들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준다. 사람은 대체로 한 번은 실수하지만, 다시 기회를 잡으면 예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러면 중소·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다. 실패의 경험이 오히려 ‘사회적 자산’이 된다. 이것이 실리콘밸리 성공의 본질이다. 기업가정신을 살리려면 실패의 요람에서 배워야 한다.
도전과 혁신 외에 기업가정신의 본질로 근래 강조되고 있는 것들로는 △ 사회적 책임 의식 △ 사람들의 삶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 △ 급변하는 트렌드를 앞서 읽는 통찰력과 비전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책임 의식은 오늘날 기업가는 물론 정부, 비정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요구되어지는 가치며 자세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가들이 자사의 수익만 추구했다면, 사회적 기업가는 기업 자체뿐 아니라 그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그리고 지구 환경과의 조화까지 고려한다. 이런 가치는 기업모두에게 요구되어 지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도 ISO26000을 통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