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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넘겨준 통장이 형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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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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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75세인 A는 3년 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2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였으나 막상 나와 보니 먹고 살길이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 무렵 한 동네에 살던 B가 A를 찾아와 고령에다 전과까지 있어 마땅히 돈 벌 곳도 없을 테니 동업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사업용으로 사용할 A명의의 예금계좌를 만들어 통장과 도장을 넘겨주면 실질적인 업무는 B가 하고 A에게는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A는 흔쾌히 이를 승낙하고 자기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여 B에게 통장과 비밀번호, 입출금카드, 도장 등을 넘겨주었다. 그 후로도 A는 사업에 필요하다는 B의 말에 별다른 의심없이 10여 개의 새로운 통장을 만들어 B에게 제공하면서 통장 1개당 20만 원씩의 금원을 받았는데, 이후 A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수백만 원에 이르는 벌금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B가 A명의의 통장들을 전화금융사기단에 되팔아 A의 계좌들이 범행에 이용된 것이다.
최근 전자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는 직접 당사자를 기망하여 금융정보를 얻어내는 기존의 단조로운 수법을 넘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앞선 사례와 같이 이중, 삼중의 양도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고의적인 전자금융사기범들 외의 일반인들도 자칫하면 부주의로 인하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죄를 범할 위험성 또한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이라 함)은 1.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2.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3.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제6조 제3항)를 금지하고 있고, 위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제49조 제5항 1호).
여기서 금융계좌에 관한 접근매체의 종류는 ‘전자식 카드 및 이에 준하는 전자적 정보’,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등록된 이용자번호’ 등이 있고, 이때의 ‘양도’란 양수인만이 기간의 제한없이 배타적으로 양도인의 접근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단순히 무상으로 대여하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하였을 뿐인 경우는 전금법이 처벌하는 ‘양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따라서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 접근매체를 ‘잠시’ 넘겨주었다가 그 금융 접근매체가 제3자에 대한 보이스 피싱 사기의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전금법으로 처벌되지 않는다(2012. 7. 5. 선고 2011도16167판결, 다만 민사소송에서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같이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기 명의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경우에는 설령 A와 같이 범행에 직접 가담할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그 접근매체가 일명 ‘대포통장’으로 사용될 위험성을 제공한 것이어서 전금법의 처벌대상이 된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자기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의 접근매체를 양도한 경우에는 전금법의 처벌대상이 아닌 것일까? 즉 앞선 사례에서 B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전금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접근매체의 양도, 양수행위의 주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반드시 접근매체의 명의자가 양도하거나 명의자로부터 양수한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경우 그 특성상 유기적으로 연결된 범죄집단과 달리 각 행위자들 사이에 충분히 접근매체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점, 위 접근매체의 유통 과정은 그 취득자가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에 대하여 일정한 가액도 수수되고 있는 점,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에 입법목적이 있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와 사기죄는 그 보호법익이나 입법목적을 달리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타에 처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자 명의의 통장을 매수하였다가, 중간 차익을 얻고자 그 전부를 다시 매도하는 행위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대법원 2013.8.23.선고 2013도4004판결)함으로써, 명의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접근매체를 양도․양수하는 경우 전금법의 처벌대상이 됨을 명확히 하였다.
대가없는 이익은 없다. 손쉽게 돈을 벌 요량으로 부주의하게 금융접근매체를 양도하여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인법률사무소 민 주 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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