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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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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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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다양한 이미지를 갖는다. 그리고 그 느낌은 민족과 국가마다 동일하지 않고 다양하다. 흰색은 서양에서 순결한 이미지로 이해되며, 신부의 흰 드레스는 이를 뒷받침한다. 동양에서의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보라색도 서양에서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며 황제나 교황이 주로 사용했으나, 동양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약하다. 파란색은 진취적이며 붉은색은 열정을, 초록색은 순수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국제 경영에서 이런 문화와 색깔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다.
근래에는 국가, 정당, 기업, 학교 등 조직의 상징으로 색깔을 이용한다. 독일의 주요 정당은 저마다 고유의 상징색을 갖고 있는데 친기업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자민당은 부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채택하고 있다. 자민당은 소수파이면서도 자파나 우파와의 연정을 통해 ‘영원한 집권당’의 위세를 뽐내던 시절이 있었다. 사민당과 기민당이라는 원내 1, 2위 좌·우파 정당의 연정파트너로서 무려 42년이나 국정운영에 참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색깔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다. 붉은 색은 전통적으로 공산당을 의미해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다. 약간의 좌경적 언행을 한 사람을 우리는 붉으스레하다라고 말하기도 하며, 오랜 남북 갈등의 이유로 붉은 색은 좌경,용공 및 공산당으로 오해되어 사용하려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야당은 이런 오해를 않받기 위해 푸른색,녹색,노란색 등의 색깔을 사용하였고, 이념의 잣대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을 색깔론이라 하며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근래 2002년 월드컵의 한국 개최로 당시 상징이 “Be the Reds"로 붉은 악마가 붉은 색을 상징으로 내세웠고 온 국민의 월드컵 열풍으로 붉은 색에 대한 혐오감이 완화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보수성향의 새누리당이 붉은색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푸른색을 사용하는 역전의 현상이 나오기도 하였다.
근래 우리사회의 큰 슬픔이자 우리 사회전반의 심대한 변혁과 반성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에서 색깔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범국민적 추모의 상징이 돼버린 ‘노란 리본 달기’에 대해 새누리당 일부에서 ‘노란색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 전원이 리본을 달았으나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만 “나는 됐다”며 거부했다. 또 공안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 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란색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옛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고 한다. ‘레드 콤플렉스’라는 극단적인 편견 때문에 오랫동안 빨간색 자체가 불온시하였으나 이제는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상징색이 됐듯이 ‘옐로 콤플렉스’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국민적 관심과 온 민족이 아프고 슬퍼하는 세월호 참사에서 색깔을 뛰어 넘는 공감과 엄연한 자기 성찰과 결연한 문제해결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속 좁은 색깔에 대한 편견보다 더 큰 국민의 슬픔과 공유하는 정신과 타자의 아픔을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이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뇌이게 한다.
몽고의 침입을 당한 13세기 초부터 유럽에서는 피부가 노란 황인종에 의한 위협, 즉 ‘황화론(黃禍論)’이 널리 회자되었으며, 이는 1895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사용하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황화론이 겨냥한 대상은 중국이었으나 청일전쟁의 승자인 일본이 황화론의 대상으로 유럽의 새로운 표적이 되기도 하였다. 빌헬름 2세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에게 서한을 보내 황화론을 적극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아시아를 침공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황화론은 아시아에 대한 유럽의 오래된 인종적 편견이며, 유럽이 자국의 국제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를 심화시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살색’이라 불리던 색깔이 다양한 피부색을 고려하여 ‘살구색’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색깔이란 하나의 이미지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바르고, 옳은 것은 아닌 것이다. 이미지를 뛰어 넘는 진실과 밑바닥의 철학이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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