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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법률관계 / 박성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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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우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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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법률관계

 

언제 겨울이 올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포근한 늦가을이었던 11월을 보내자 이내 매서운 칼바람과 눈보라로 시작하는 12월을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겨울옷을 여며 입고 자기 갈 길을 향해 종종걸음 치는 모습이 그림을 그리듯 완연하다.

그러나 그런 이들에게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훈훈한 온정일 것이다.

 

흔히들 기부라는 친숙한 방법으로 추운 겨울을 보낼 이웃들에게 자신의 온정을 나누고 있는데, 이러한 기부 또한 일정한 법률효과를 의욕하는 법률행위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문 것 같다.

 

기부는 공익이나 공공을 위한 무상의 출연행위로, 일정한 학교·사회복지단체 등에 직접 기부를 하는 경우 ‘증여’라고 볼 수 있으며, 모금의 목적을 위하여 기부모집자에 대하여 기부하는 경우 ‘신탁적 양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탁적 양도’의 경우에도 무상의 출연이라는 점에서는 ‘증여’와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의 규정이 준용된다.

 

그리고 기부를 하면서 기부재산의 사용목적이나 용도를 특정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기부자의 기부 의도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그 상대방은 기부재산을 임의로 다른 용도로 전용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정목적 등과 다르게 기부금이 사용되었다면, 기부자는 그것을 이유로 기부계약에 따른 이행을 거부하거나 해제를 구할 수 있다.

 

다만 지정된 목적에 맞게 사용되었는지는 기부계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기부계약에 이른 경위, 기부재산의 규모와 지정목적의 수행을 위한 소요자금의 정도, 기부재산을 사용한 실제 용도와 지정목적의 연관성, 기부자의 이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아가 지정목적 등과 다르게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기부계약의 이행거부나 해제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서도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B교회에 100억 원을 매월 분할하여 기부하기로 하며 ‘甲지역 교회건물 신설 및 성경연구지원 기금’으로 그 사용목적을 지정하였다가 추후 ‘甲지역 부지매입대금’으로 기부재산의 사용목적을 한정하였으나, 이미 성경연구지원 명목으로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甲지역 부지매입대금’으로 기부금을 사용하기로 한 이후에도 기부금 중 일부는 성경연구지원 명목으로 사용한 경우를 보자(‘甲지역 교회부지대금’으로 사용목적을 한정한 이후부터는 B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

 

위 사안에서 기부자는 지정목적 등과 다른 용도로 기부금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기부계약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할 수 없다’이다.

B교회는 ‘甲지역 부지매입대금’으로 사용목적이 한정되기 전까지 기부금을 ‘甲지역 교회건물 신설 및 성경연구지원’ 명목으로 사용하였고, 그 사용목적이 한정된 이후에도 기부금 중 일부만 성경연구지원금으로 사용하였을 뿐 나머지 기부금은 ‘甲지역 부지매입대금’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하였기 때문에 A가 지정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A는 기부계약의 이행거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공익적 행위인 기부가 위와 같은 법률관계에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는 이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기부가 법률행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애석한 점은 위 사안과 같이 그 사용목적이나 용도를 특정한 경우 기부재산을 지정목적대로 사용하였느냐를 놓고 적잖은 법적분쟁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자나 그 상대방 모두 구성원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방식이 ‘다른 것’일 뿐 그것이 반드시 ‘틀린 것’ 혹은 ‘잘못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서로의 참뜻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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