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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을 당한 경우, 누구에게 돈을 청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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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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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을 당한 경우, 누구에게 돈을 청구할 수 있을까?

 

필자의 지인이 검찰 사칭 전화를 받고 꽤 큰 금원을 사기 당하여 법률상담을 해 준 적이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쯤 지났을까? 그 지인이 당했다는 수법과 동일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두 차례나 받게 되었다. 필자는 수사 과정을 잘 알고 있기에 단번에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일반인이라면 깜빡 속아 넘어갈 것 같아 그 사례와 피해 구제 방법을 소개한다.

 

검찰 사칭 전화 내용은 이렇다. 필자의 계좌번호가 범행에 이용되었는데 필자가 범죄의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판단이 안 되었으므로 필자의 계좌 이용 내역을 조회하기 위해 계좌번호를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금융기관에 공문을 보내거나 금융자료제출 영장을 발부받으면 바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한 개인에게 계좌정보를 전화로 물어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검찰은 더 많은 우리의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전화를 해서 그 정보를 물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 전화를 받고 본인의 계좌정보를 건네준다면, 이미 90%는 기망에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 그 뒤의 절차는, 주민번호를 물어보고, 자물쇠 카드 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물어보고, 타 통장으로 금원을 이체하라고 한다. ‘자물쇠카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당연히 말해주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어떤 보이스피싱도 처음부터 그런 개인정보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앞서 이미 90%의 신뢰를 주기 때문에, 통화 상대방이 ‘검찰’이라 생각한 나머지 아무런 의심 없이 개인정보를 건네주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보이스피싱이 정교화되고 그럴듯하다고 하더라도,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당신의 개인정보를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라. 그렇다면 개인정보를 묻는 전화는 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어떻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사실상 그 피해를 구제받기는 매우 어렵다. 범인은 외국에서 전화를 걸기 때문에 신고를 한들 잡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송금해준 계좌번호의 예금주는 경찰에서 찾아 내기가 쉬울 텐데 그 예금주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이 같은 경우에 그 통장 예금주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예금주가 범인에게 통장을 양도할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통장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통장 등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통장 등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통장을 빌려준 자가 빌려줄 당시에 그 통장이 불법행위에 이용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피고(예금주)가 범인에게 피고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이를 양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사 피고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 등에서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만약 이 사안과는 달리, 통장명의인이 자신의 통장이 범행에 사용될 것을 알았다면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아름 변호사(lawyer.sunareu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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