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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신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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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천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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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는 통성기도를 통해 침묵기도로 들어가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경험을 통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기도의 순서를 제안하고자 싶다. 그 순서는 첫째 감사기도, 둘째 회개기도, 셋째 간구기도, 넷째 침묵기도, 다섯째 중보기도다. 먼저, 통성 또는 조용하게 찬양과 감사의 기도를 시작하라. 매일 매일 감사할 내용이 없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바울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쳤는데 그것은 가능한 일이다. 특별히 감사의 내용 중에 하나님이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베풀어 주신 은혜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라. 그러면 매일 매일 영적 성장을 더 깊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회개의 기도를 드리라. 물론 이때도 일상적인 허물에 대한 회개와 함께 내가 영적 정진을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했음을 회개하라. 필자는 개인적으로 네 가지 주제에 대하여 회개기도를 드린다. 첫째는 나의 악함에 대한 회개다. 언제나 나의 영광을 추구하려는 나의 본성을 경험하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악함이다. 둘째는 나의 약함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깨지기 쉬운 존재인 나의 약함을 위해 슬퍼하며 회개한다. 셋째는 나의 부족함을 회개하며 기도한다. 부족함이란 특히 사랑과 지혜의 부족함이다. 사랑과 지혜가 부족하기에 인간관계를 더 좋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하는 자신의 한계를 위해 회개한다. 넷째는 게으름이다. 늘 게을러서 좀 더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살지 못하는 자신을 매일 회개한다.

통성기도의 세 번째 단계는 간구기도다. 간구기도를 세 번째에 하라고 권하는 이유가 있다. 간구기도야말로 감사기도나 회개기도보다 더 간절히 드릴 수 있는 기도다. 그만큼 우리의 필요는 늘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간구기도를 간절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마음이 집중되는 것을 경험한다. 흔히 말하는 표현으로 “기도의 줄이 잡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간구기도를 통해 마음의 고요에 이르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침묵기도를 하면 된다. 대개의 경우 이 정도 깊이에서 기도할 때 기도자는 성령이 임재한 것을 느낀다. 그 상태에서 성령의 활동에 온 마음과 생각을 맡기고 최대한 오래(as long as possible) 그리고 최대한 깊이(as deep as possible) 머무는 것이다. 그 성령의 활동에 전적으로 수동적인 상태로 말이다. 20세기를 통해 가장 깊은 영성가 중 한 사람이던 토머스 머튼은 이렇게 말하였다. “성령의 임재 가운데 드리는 이러한 침묵기도는 성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다.” 진실로 그러하다. 세상을 지으신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활동 가운데 머무는데 우리 속의 어떤 것인들 변하지 않겠는가?

침묵기도 후에는 마지막으로 중보기도를 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런가? 필자의 기도생활을 돌이켜 볼 때 중보기도는 소홀한 마음으로 하기 쉽다. 그런데 침묵기도 후에 중보기도를 했을 때 훨씬 다른 태도로 기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침묵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 아주 가까워진 친밀감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친밀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중보해 주는 그 사람의 어려움을 하나님의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러한 사랑으로 중보기도 할 때 하나님이 나의 중보기도를 들으신다는 확신이 생겼다. 동시에 그것은 필자에게 “이웃을 네 자신처럼(like yourself)이 아니라 네 자신으로서(as yourself) 대하라”는 말씀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토마스 머튼은 자신이 세상에서 살 때보다 세상과 단절된 깊은 수도원에서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침묵기도는 우리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게 한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물 때 우리 안에 결핍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 안에 결핍이 없다고 느낄 때 우리 안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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