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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신학칼럼 ㅣ 렉시오 디비나를 응용한 QT와 침묵기도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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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천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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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할 때 친하게 지낸 목사님이 있었는데 그 목사님은 도서관에 오면 QT부터 했다. 현재 이민목회를 하는데 교회가 성장하여 성전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한 말이 기억난다. “교인들이 잘 안 바뀌네요....” 오래전부터 사모님과 매일 QT를 해왔던 그 목사님은 자신의 교회에서 QT 나눔을 강조한다. 하지만 성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교회마다 중고등부 때부터 QT를 실천하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성화의 열매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호에는 렉시오 디비나를 응용한 QT와 침묵기도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자 한다. 거룩한 독서로 알려진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서방 가톨릭교회에서 침묵기도(관상기도)의 전형으로 실천하는 영성훈련이다. 이것은 이미 6세기에 수도 규율집으로 유명한 성베네딕투스의 수도원에서부터 실천되던 기도 방법이었는데 후에 귀고2세에 의해 서방교회 안에서 침묵기도의 전형으로 정착 되었다. 말씀묵상과 기도가 결합된 렉시오 디비나는 일반적으로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읽기(lectio), 묵상하기(meditatio), 기도하기(oratio), 관상하기(contemplatio)이다. 여기서 기도하기란 대개 소리를 내어 하는 기도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라고 할 수 있으며 관상하기란 성령의 임재 가운데 드리는 침묵기도를 의미한다. 기도의 단계와 목표에 있어서 이 기도는 전통적인 영성의 진보단계인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연합(union)의 세 단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더 깊은 QT를 위해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을 응용하려면 먼저 두 방법의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경험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두 방법의 목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렉시오 디비나의 목표가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상태를 의미하는 관상이라면 QT의 목표는 일반적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적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영성이란 세상에서의 삶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QT의 목표는 당연히 옳은 것이다. 종교개혁자 루터도 이것을 강조했다. 루터는 렉시오 디비나를 기도하기, 묵상하기, 적용하기(tentatio)로 바꾸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루터가 간과한 것이 있다. 기독교적 사랑은 “나로부터 나오는 사랑”(from me)가 아니라 “나를 지나서(through me) 표현되는 사랑"임을 강조하지 않은 것이다. 포도나무의 비유가 그것을 웅변하지 않는가? 주지하듯이 포도나무 비유의 핵심은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는 신적 사랑의 초대이다. 신적인 사랑 안에 충분히 머물면 그 사랑이 나에게 임해, 나를 채우고, 나를 지나 세상으로 표현된다.

QT를 통해 깊은 침묵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본문의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본문 선택에 대한 몇 가지의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침묵기도를 위한 QT 본문은 가능하면 짧을수록 좋다. 그것은 한 가지 의미만 나타내는 분량으로 본문의 한계를 정하면 좋겠다. 둘째, 본문의 주제는 하나님의 사랑이나 은혜를 나타내는 것이 좋다. 성서의 본문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신자의 영혼에 모두 필요한 말씀이지만 침묵기도를 위한 본문은 우선 하나님의 사랑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셋째, 문체는 단순한 직설법이나 명령형 보다는 초대를 느끼게 하는 본문이 좋다. 넷째, 본문의 배경이 시각적 혹은 회화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다. 성서를 묵상할 때 기본적인 방법중의 하나는 상상력을 통해서 본문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중세 사랑신비주의자 끌레르보의 베르나르(Bernard of Clairvaux)도 강조한 방법으로 잡념을 빨리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 본문 선택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원하는 독자는 필자의 저서 침묵기도의 삶(두란노)를 참조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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