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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사역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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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용일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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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갑작스럽게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너무 착잡했다. 재임 시절 개혁하려던 사법 권력과 언론권력의 ‘수사 쇼’에 맞서 자살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의 죽음으로 항거한 사람, 더구나 그가 직전 대통령이어서 더욱 아쉬웠다. 권력 싸움은 어떤 유형이든 이렇게 문제가 많다는 교훈도 얻는다. 또한 그가 죽음으로 말하려고 했던 것이 뭘까 교훈을 얻어야 한다.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시절로 생각이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정오를 앞둔 시각, 한 회사의 예배 인도를 위해 가던 경부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면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중계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무렵에 나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정치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에 대한 책이었다. 사실 링컨은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설교에서도 자주 인용되어서인지 꽤 친숙하다. 숱한 실패와 낙선을 거듭했지만 마지막에 한 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다소 과장된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퀴즈식 예화도 익숙하다. 그 책을 통해 링컨이 자신의 신앙을 그의 일터인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정치적 목표와 가치 속에 담아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링컨은 아마도 미국 역사상 재임 기간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대통령일 것이다. 그의 재임 기간이 거의 남북 전쟁 기간이었으니 그랬을 법도 하지만 사실은 보잘것없는 신분과 학력이 더욱 큰 작용을 했다.

언론은 심지어 그를 ‘독재자요 폭군’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것은 물론 아내의 내조를 잘 받지 못하는 어려움도 이겨가며 링컨은 남북전쟁에 휘말린 미국을 이끌었다. 그의 정치가 보여준 영향력은 그의 생전이 아니라 사후에 더욱 높게 평가받았다. 그래서 링컨은 지금도 여러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 가장 훌륭하다고 자주 평가받곤 한다.

그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바랐던 정치적 목표는 분명했다. 미국 연방의 분열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노예제를 폐지하는 일을 그가 결국 해내었지만 그는 노예 해방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분열을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330여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4년을 지속한 남북전쟁의 상처를 싸매려 했던 그는 재선 후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북 어느 쪽의 기도도 하나님의 충분한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 누구에게도 원한을 갖지 말고, 모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게 하신 정의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지고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끝내고 이 나라의 상처를 싸매기 위해 …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매진합시다.”

이 책 저자가 링컨을 바라보는 안목은 분명하다. 링컨은 남북 화합을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도 우리나라의 동서와 노소간 화합을 자신의 평생 사명으로 여긴다는 것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고 지은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가 링컨은 아니지만 링컨과 닮으려고 노력했고 결국 비슷하게 비극적 죽음으로 생을 마쳤음을 주목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려고 했던 화합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우리 크리스천이 이루어내어야 할 세상 속 하나님의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의 삶은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역사가 평가할 것이고 그의 죽음이 남긴 교훈을 얻어야 할 사람들은 오늘 살아있는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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