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방과 한국 전쟁후 눈부신 발전으로 도약한 드문 나라다. 우리국민의 뛰어난 역량과 높은 교육열과 기술수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든다. 논란이 많으나 재벌중심의 불균형성장이 가져다 준 명암에 대해 명확한 결론은 없는 실정이다.

근래 삼성의 3세 승계와 기업합병 및 그에 대한 외국자본의 반대로 우리 경제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요즘에는 롯데재벌의 2세 상속과 아들간의 갈등이 신문 경제면을 덮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재벌개혁론’으로 확산되면서 여야 정치권도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재벌개혁론은 롯데 일가만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우리재벌들의 적은 지분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이용해 기업을 지배하는 오너 일가의 황제 경영, 자식들의 경영권 승계를 당연시하는 전근대성, 그리고 경영의 불투명성과 불안정한 지배구조, 탐욕과 퇴행적 사고 등 재벌의 적폐가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의 ‘땅콩 회항’ 같은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처신에다 최근 기업 승계 과정에서 외국 펀드들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우리 사회에 ‘재벌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여기에 힘을 얻게 된 것이 재벌개혁론이다. 현실적으로 재벌개혁의 수단은 마땅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등 재벌 규제법을 이미 정비했다. 기업들도 순환출자 해소에 노력하는 등 투명성이 어느 정도 개선됐고, 3·4세 승계가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 스스로 그리고 정부와 사회에서 그 영향력에 맞게 재벌의 책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재벌의 주요 문제로 순환출자,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소수지분으로 재벌 전체를 지배하는 부도덕성, 집단이기주의 등을 들 수 있다.

동시에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도 필요하다. “재벌은 악순환의 블랙홀” “재벌개혁을 필수 과제” 그리고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연계” 등 다양한 구호는 많으나 실제 변화와 개혁은 드물다. 롯데 사태가 불거지자 사정 당국과 세관·공정거래위 등이 한꺼번에 기업에 대해 ‘집중점검’에 들어가고,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의 일시적, 감정적 대응으로 기업에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제 우리도 오랜 경제발전과 자본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과 합리적 소비자는 가장 강력한 개혁의 주체이자 감시자이다. 정부정책을 바르게 평가하고 감시, 고발하고 기업과 재벌의 불공정 행위와 과장 및 소비자 우롱행위에 준엄한 비판과 행동이 요구된다.

기업과 재벌도 최고경영자의 성장이 낙하산이나 자동 2세로의 승계 등을 개선해야 한다. 경영인이 아닌 직원으로 기업에 힘을 보태고 경쟁을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일본 도요타 가문이나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는 원칙의 스웨덴 발렌베리가 등의 사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 지배구조엔 유일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너 기업이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효율적이라는 연구와 그 반대의 주장도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재벌들은 변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다. 대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경쟁력이 있으며, 살아 남을 수 있는가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 설정과 공정한 거래의 담보는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해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혼란한 노동시장의 합리적 개혁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심각한 논의와 변혁 그리고 이를 위한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기업 스스로, 재벌은 재벌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정상화하고 선진화 하기 위해 무엇을 고치고 변화, 개혁해야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논의와 뼈를 깍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 개혁의 방향은 통일선진 경제의 지향, 더불어 잘사는 국민경제 지향, 균형적 성장과 발전적 분배 등을 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