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요를 듣기에 제격인 돈 코사크 합창단의 창단 멤버들은 볼셰비키 혁명전쟁 때 제정 러시아 군대의 패잔병 출신들이었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동료들을 위로하기 위해 쟈로프 중위가 합창단을 조직하여 러시아 민요를 합창하는 일종의 ‘문선대’ 역할을 담당했다. 패전 후 40여 명의 패잔병들은 생계를 위해 유럽을 순회하며 연주여행을 했다. 좋은 반응을 얻은 후 미국 순회 연주을 할 때 가는 곳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은 단원들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군인이라는 직업인들의 취미가 커리어의 변화를 가져다 준 전형적인 사례이다.

취미생활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 직업인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여가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이런 취미생활에 대해서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목동 다윗은 직업의 전문성을 가져서 물매를 잘 던졌고 맹수와 싸워 이긴 경력도 있었다. 아마도 그의 취미생활인 수금 연주도 수준급이었던 다윗은 가끔 악령에 사로잡히는 사울 왕을 치료하기 위한 악사 겸 비서로 발탁되었다. 이 일은 다윗의 생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버지가 왕이 아닌 다윗은 사울 왕 곁에서 궁궐 생활을 체험했고 결국 사울 왕의 비서였기에 블레셋의 골리앗 장군을 만났고 그를 죽여 이스라엘 민족 앞에 영웅으로 부각되는 기회를 얻었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도 이런 부분에서 아버지의 감수성과 예술성을 물려받았다. 솔로몬이라고 하면 지혜의 대명사인데 그의 지혜가 어떤 분야인지 성경이 말해준다. 솔로몬이 지은 3천 개나 되는 잠언 외에도 일천 다섯 개의 노래가 있었다. 그 외에도 초목을 논했다고 한다.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도 논했다니 이쯤 되면 동물학, 식물학, 조류학, 어류학에 박식한 만물박사급이었다(왕상 4:32-33).

당신은 어떤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가? 혹시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변변한 취미 생활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는 않는가? 바쁠수록 취미 생활을 통해 휴식하고 충전 받아야 한다. 20세기의 걸출한 신학자인 존 스토트 박사는 새에 대한 관심이 많다. 새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자세하게 알고 있는지 그가 지은 「새, 우리들의 선생님」이라는 책에 보면 잘 나타나 있다. 거의 윤무부 교수 수준이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원로목사도 바쁜 목회 와중에도 사진 찍기를 전문가 수준으로 하여 수상록도 냈다.

취미를 가지는 것 자체가 휴식과 충전의 기회가 되지만 오늘 우리 시대에는 또 다른 필요성도 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돈 코사크 합창단원들은 취미생활이 전직(轉職)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오늘 우리 시대도 직업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이 10년 후 20년 후에는 사양 산업이 되거나 경제적 필요를 못 채워줄 수도 있다. 또 자신이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때에 뭔가 다른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취미가 단서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직장인으로 살던 사람이 미술 평론을 취미로 하게 되었는데 직장을 잃고 평론가의 길로 들어선 예도 보도된 적이 있다.

물론 우리가 취미생활을 할 때 지나치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 가정 경제 상황과 수준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일을 신경 안 쓸 정도로 여가 중독자가 된다면 문제가 많다. 적당한 취미로 인생을 풍요롭고 복되게 한다면 그야말로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