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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와 시대적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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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와 시대적 영성

서명수 교수(협성대 신학대 학장)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한 시대를 지배하는 기본 정서나 분위기, 정신적 경향성은 그 시대를 사는 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드물게 시대정신을 앞서거나 뛰어넘는 예언자적 또는 선구자적인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당대성(當代性)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이 시대는 글로벌 시대이지만 동시에 지역성(locality)이 강조되는 시대이니 시야를 좀 좁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한국사회는 자주적, 자발적으로 근대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억압체제 아래서 왜곡된 근대사회로 진입하였다. 이런 어설프고 혼란스러운 시대의 시대정신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독립운동으로 대표되는 저항의식과 일본을 통한 모방적 수용의식이 그것이다. 이 둘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사회의 여러 논쟁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죽창으로 무장한 동학군과 화승총이나 구식 무기로 무장한 독립운동가의 대척점에는 일본을 통한 모방적 수용에 열을 올리던 ‘모던뽀이’와 친일파가 있다. 이때는 저항이냐 수용이냐가 엇갈린 시대정신이었고, 암암리에 정신적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 시대의 기독교는 이러한 시대정신에 맞추어 저항의 영성과 수용의 영성을 통해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로 대표되는 빈곤탈출, 즉 성장이 시대정신이었다. 경제적 성장을 모멘텀으로 삼아 사회 각 분야에서 양적 성장을 줄기차게 추구하여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이 시기의 한국 기독교는 사람들에게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빌3:14)는 긍정의 마음과 도전의식을 키워주고, 농촌에서 도회지로 몰려든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로처 역할을 하며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이때의 시대정신은 성장이었다. 무엇이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서서히 노출되기 시작하여 19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는 군사정권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다.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운동은 한국사회의 산업화가 드리운 그늘을 걷어내려는 일련의 노력으로 저항의 영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협의회(KNCC) 가맹교단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기독교는 이때에도 시대정신에 부합하고자 노력하였다.

문제는 90년대부터이다. 성장과 저항(민주화)의 영성이 현실적으로 구현된 이후 한국 기독교는 양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에서 정체되기 시작했고 방향을 상실한 채 영성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영성이란 어느 시대에서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나 이때의 영성은 감각적 영성이랄까 피상적 영성의 성격이 짙다. 사회적 영성이 아니라 개인의 공허와 방향감각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개인적 함몰의 영성이 머리를 들게 되었다. 그 결과 교회는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기독교인들은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충족의 욕구를 영성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들의 눈에 상당히 이기적인 사람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로 비춰지게 되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불행하게도 기독교는 ‘개독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제 어찌 해야 하는가? 기독교가 근원적으로 회복해야 할 정신, 이 시대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영성은 무엇인가? 두말 할 것도 없이 낮으로 곳으로 스미는 ‘섬김의 영성’일 것이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섬기려는 것이다.”(마20:28) 이것이 예수의 영성의 핵심일지니 섬김의 영성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려있다. 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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