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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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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석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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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6)

 

출애굽 사건, 홍해도수 사건 그리고 이를 위해 행한 표적들이 말하는 가르침을 잘 이해했다면 그 증거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존하며 매일 일용할 양식만 취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불신(不信)한다면 욕심으로 더 많이 취할 것이다. 일용할 양식에 관한 규례도 구속주요, 창조주 하나님이며 이들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여호와를 이스라엘이 결국 믿느냐 여부를 시험했다.

이 이외 다른 가르침도 있다. 광야는 정착 사회인 농업 사회와 완전히 다르다. 애굽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이 광야에서 요구되었다. 정착 사회에선 많이 가진 자가 강한 자로 지배자이다. 그러나 광야에선 이런 삶의 방식은 오히려 위험하다. 시기(時期)를 놓쳐 풀을 얻지 못하면 광야에서 모두 죽을 수 있다. 이동(移動)이 쉽도록 꼭 필요한 것들만 갖고 나머진 이웃과 나누거나 버려야 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애굽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이런 삶의 방식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도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혀 이런 가르침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르비딤에서 물이 없음을 알자 모세와 다투며 마실 물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 모세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어찌하여 나와 다투느냐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를 시험하느냐”(출17:2절)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연단이나 훈련을 뜻하는 시험을 받고 있음을 잊었다는 증거였다. 훈련을 받는 중 어려움을 만나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언약이나 하나님의 인자함과 성실함을 잊어버리며 곧바로 불평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구원을 받을만한 자격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또 다시 기적을 무조건적으로 행함으로 이스라엘이 충분히 물을 마시게 했다. 그리고 르비딤에서 아말렉과 싸울 때에도 하나님은 은총을 베풀며 이스라엘로 승리케 했다. 하나님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한한 인자함이 이들에게 든든한 보장임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번번히 하나님의 시험에서 실패했다. 출애굽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나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무자격자였을 뿐이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시내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장인 이드로의 충고로 모세는 이스라엘을 행정적으로 재조직했다. 이스라엘 중에서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세워 모세를 돕도록 했다(출18:13-27절). 하나님도 인간의 참여로 자신의 통치가 이스라엘에 실현되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이들 지도자는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했다(출18:21절). 여호와 하나님은 구속주로서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나라 법(法)이 없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은 십계명과 시민법으로 구성된 율법을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에게 주었다(출20-23장). 이로써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를 세우기 위한 법과 조직이 모두 구비되었다.  여기서 정치학적인 관점에서 시내산 율법의 기능을 살펴야 한다. 율법은 하나님의 법이다. 이스라엘은 누구나 예외 없이 이 법을 지켜야 한다. 이 점에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법 앞에 모두 평등(平等)하다. 왕은 물론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막론하고 모두 하나님의 법을 지켜야 한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의 통치 방법과 원리는 철저한 법치(法治)였다. 오늘날 말하는 민주주의(民主主義) 제도의 근본적인 원리는 구약의 이스라엘 시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이방 나라의 통치 방법은 덕치(德治)였다. 이들 나라에선 신적 존재와 같은 인간 왕이 스스로 법을 만든다. 나라의 법은 왕의 인품과 덕에 의존했다. 왕이 없으면 법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왕은 나라 법 위에 군림했다. 부패한 인간이 왕으로서 무한한 권력을 소유했고 이것은 당연히 권력의 부패와 타락을 초래시켰다. 우상(偶像)을 섬기는 이방 나라의 덕치는 오히려 전제 정치나 독재 정치의 온상(溫床) 역할을 했다. 유일신을 섬기는 이스라엘과 여러 우상 신들을 섬기는 나라 사이 정치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곧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 언약이 체결되었다. 그 조건은 이스라엘이 시내산 율법을 지키겠다는 약속이었다(출19:8절). 이후 십계명이 적어진 두 돌판이 준비되고(출24:12-18절) 성막 제도(출25-27, 장)와 제사장 제도(출28-29장)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성막 제조 후 하나님이 그곳에 임재 했고 곧이어 제사법(레위기)이 이스라엘에게 주어졌다.

언약식이 율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가르침을 준다. 언약식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영적으로 하나님에게 속하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인간 지도자에게 속했다. 즉 하나님 나라이면서 동시에 세상 나라가 되었다. 이 점에서 이스라엘은 세상 나라와 완전히 구별되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이방 나라들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우월해야 했다(신4:5-6절).

언약식 때문에 율법의 시민법이 규정하는 인간 윤리는 종교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웃에게 죄를 지은 것은 곧바로 하나님 앞에 죄를 지은 것이 되었다. 달리 말해 하나님 나라 이스라엘 안에선 윤리와 종교는 절대로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인간과 화해하고 난 후에도 하나님 앞에 나와 제물을 드려 속죄 받아야 했다.

김현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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