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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영성가들의 교훈 (김수천-협성대 영성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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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영성가들의 교훈 (김수천-협성대 영성신학교수)

북극에서 밀려 온 한파로 우리는 혹독한 겨울을 경험하였다. 그런데 이번 겨울 그 보다 더한 강추위는 부천 모 목사의 자녀 학대가 아니었을까?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자녀와 새로운 아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상실하였다. 그 이유는 자녀들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이 얻는 것 보다는 아내에 대한 사랑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 때문에 가족의 생명을 빼앗는 일은 너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금이나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하는 일인데 너무 흔해서 뉴스에도 잘 보도되지 않는다. 이렇게 기가 막힌 현실에서 죽음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고 싶다. 왜냐하면 부천의 그 목사를 포함하여 가족을 살해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언젠가 맞을 죽음의 순간을 묵상한다면 그런 짓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맞게 될 자신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 볼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겠는가? 저 울산 바위 보다도 더 무거운 영혼의 무거움에 눌려 세상을 하직하지 않겠는가?

이번호에는 죽음을 진지하게 묵상했기에 복된 삶을 살았던 영성가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영성가들은 죽음을 친밀하게 생각했다. 동방정교회의 고전인 필로칼리아에 보면 영성가들은 죽음을 아담의 딸이라고 불렀다. 서방교회를 대표하는 영성가인 성 프란시스꼬는 자신의 태양찬가에서 죽음을 자매라고 불렀다. 죽음을 아담의 딸이라고 한 이유는 아담의 범죄를 통해 죽음이 인간에게 주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자매라고 한 이유는 창조주 앞에 다른 피조물들과 함께 서 있는 피조물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죽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음을 삶의 가장 엄숙한 스승이요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겼다. 특별히 동방정교회의 영성가들은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묵상함을 통해 마음의 청결을 경험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것은 현실과 죽음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것들을 홀연히 초월하게 했다. 우리의 현실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욕심과 근심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자는 부자이기에 근심이 떠나지 않음을 우리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잘 알 수 있다( ). 얼마나 가련한 인생인가? 그런데 우리가 죽음을 묵상하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 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을 보니 죽을 날이 다가 온 모양이다.” 마음에 가득한 욕심과 근심이 사라지기에 머리가 가볍고 청결해 지는 것이다.

동방정교회에서 죽음에 대한 묵상은 무정념(無情念)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청결에 이르는 중요한 영성훈련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죽음이 그런 역할을 하는 이유는 죽음의 두 가지 차원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죽음의 불가피성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창조주의 법칙이다. 또 하나는 죽음의 시간에 대한 불가지성이다. 누구도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를 알 수 없는데 그것이 피조물의 한계이다. 그러하기에 죽음은 삶의 가장 엄숙한 스승이 된다. 그런데 죽음은 우리를 궁극적 삶의 의미에 충실하도록 도와 준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삶의 가장 사랑스러운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죽음을 삶의 동반자로 여길 때 우리는 죽음 없는 죽음(the death without a death)을 맞이할 것이다. 죽는 데 왜 죽음이 없는가? 두려움, 후회, 사별의 고통 같은 죽음이 경험되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주가 허락한 시간만큼 최선을 다해 살다가 이제 영원한 안식을 위해 그분에게 돌아가기에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죽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영성가들은 종말론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매일 종말적인 삶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김수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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