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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에게 사랑의 식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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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에게 사랑의 식탁을..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소설가 한강 씨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평가되는 맨부커상을 수상하였다.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어찌 영예롭다 하지 않으리오. 한국 문학계의 경사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사회 전반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 가고, 문학 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문학은 인간 정신과 상상력이 어우러져서 인간 존재를 드러내는 실존 예술로서 시대와 인간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어떤 문학 작품도 그 시대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이번 수상 작품 <채식주의자>는 이미 2004 년에 발표되었고, 영화화 되기도 하였던 문제작이다. 한국 뿐 아니라 서구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세 개 소설로 구성된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 연작 형태로 이어진다. 주인공 영혜가 어떻게 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가, 하는 과정은 그 속에 인간 상황과 인간 조건(conditio humana)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스며있다.

평범한 가정의 둘째 딸인 영혜가 결혼 후 채식주의자로 변해가는 과정은 경악스럽다. 그것은 인간 현실에 대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영혜가 고기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거식증은 꿈이 암시한다. 꿈은 인간의 무의식을 표출해내는 도구로서 영혜를 억압하는 기제를 드러낸다. 채식주의자로 변하게 만드는 내면의 트라우마는 문명 비판에 가깝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 남성적 기질을 소유한 부친은 월남전에서 얻는 전쟁 트라우마로 더욱 권력을 휘두른다. 끝내 그 아버지로 상징되는 남성은 딸의 입에다 억지로 고기를 집어 넣는다. 영혜는 자살 시도로 저항한다.

예술인지 외설인지, 그 경계에 서 있던 영혜는 언니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힌다. 여기서 생존을 위한 투쟁은 끝이지 않는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강제로 영양을 주사하려는 의료진. 환자의 상태, 의지와 관계없이 의료행위는 또다른 폭력이 되어 영혜를 억누른다. 채식주의자는 현실 비적응자로 낙인 찍히고 삶의 중앙 무대에서 뒤안길로 사라져갈 운명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현실은 비인간적이다. 주인공은 식구들로부터 이해되지 않는다. 식구들의 몰이해가 오히려 영혜를 점점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아간다. 여기에 사랑은 없다. 살벌한 동물적 문명의 아귀다툼 한 구석에 연약한 나무같은 현대인, 사랑으로 입을 열고, 사랑의 식탁에 차려진 사랑의 음식을 떠준다면 영혜는 기꺼이 그 사랑의 미음을 받아먹지 않겠는가. 채식주의자가 간절히 원했던 것, 그것은 사랑의 마음, 사랑의 손길 아니었을까.

 

추태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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