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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경영 | 내 생애 마지막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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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섭 교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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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일정한 시간과 생명이 부여된다. 이를 흔히 향년(享年)으로 한 사람의 수명을 지칭한다. 두보(杜甫)의 시에 나온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사람이 태어나서 70년을 사는 일은 드문 일)에 나오는 고희(古稀)라는 말과 공자(孔子)의 종심(從心;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마음이 좇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에서 유래한 말)이란 말은 사람 나이 70을 의미하며, 나이 듦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요즘 평균수명이 79세(남 76세,여82세, 2007년 기준)인 점을 생각하면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제한적인 시간 속 인간의 생명과 삶에 대한 의미 큰 말이라 할 것이다.

근래 우리는 큰 두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 하나는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원칙에 근거하며 바보다운 삶으로 남에게 밥이 되고자 했던 조용하나 모두에게 진한 울림을 준 삶과 그의 선종이다. 다른 하나는 500만명의 참배객이 말해주듯이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충격을 주며, 그가 믿고 추구한 가치와 신념을 마지막까지 실현해 내려는 지난한 몸짓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다. 두 사람의 경우 그 삶과 정신 모두를 다 동의하고 찬성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이웃과 타자(他者)를 생각한 정신과 행동에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근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의 경우 이외에도 많은 죽음에 관한 뉴스가 넘쳐나기에 더 그러하다. 지난 해 말에 ‘내 생애 마지막 한 달’이란 책(케리 슉, 크리스 슉 공저, 포이에마)이 한 목회자 부부에 의해 나왔다. 인생의 마지막 30일을 가정하고 카운트다운 하면서 읽어나가고 점검하고 실천하도록 친절하게 제안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닌 시간의 연장이며 과정이라는 사실 앞에 하루를 얼마나 진지하고 값있게 살며, 사랑하며, 행복해야하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태어나는 시점부터 죽는 시점까지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이 다하면 이 땅에서의 삶은 끝나고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죽음의 시점은 각자 다르지만 죽음이라는 사건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는 현실이며 확정되어 있는 사실이다. 이 제한된 시간, 생명과 직결된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웰빙(well-being)과 동시에 웰 다잉(well-dying)이 중시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인위적인 생명연장조치를 반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과 자연적 죽음을 경건하고 의연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고자 한 것이 아닐까?

슉(Kerry & Chris Shook) 목사 부부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다음의 네 가지 원리를 제안하고 있다. 1. 열정으로 살라_ 하나님이 당신에게 주신 인생의 지표를 향해 쌩쌩 달리라. 하루하루를 생의 마지막 날처럼 의미 있게 살아보라. 2. 두려움 없이 사랑하라_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을 내라.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라.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화해하라.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사를 표현하라. 3. 겸손히 배우라_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하나님께 받은 재능을 발휘하라. 실망과 시련을 통해 강해지라. 4. 담대히 떠나라_ 닳아 없어지지 않는 영원한 유산을 준비하라.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당신의 것을 베풀라.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뜻에 순종하라.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죽음학(thanatology)이라는 학문을 교과목으로 채택했고 영국, 미국, 일본에서는 죽음에 대한 수많은 사례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990년 이후 죽음을 연구하는 모임이 생겼으나 아직도 대부분은 죽음에 대해 무관심과 부정이라는 두 가지 태도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세계적 죽음학자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ubler-Ross;1926.7.8~ 2004.8.24)박사는 ‘죽음은 나비가 고치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단지 육체를 벗어나는 것에 불과하며, 죽음은 더 높은 의식상태로 변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서 죽음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삶과 참된 가치와 이 땅에 보냄을 받은 소명(召命)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혼돈의 시대를 사는 참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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