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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실언 vs. 취중진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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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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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실언 vs. 취중진담 (1)

- 공론의 자격 있는가?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시기가 뜨거운 여름이라 여기저기서 뜨거운 기삿거리가 난리도 아니다. 최근 교육부 정책관님의 저녁 회식 뒷담화가 뜨거운 화제로 떠올라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여름을 또 달구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깃 거리가 술자리에서, 취중에서 나왔다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예전 임금님의 권세가 추상같은 시절에도 객적은 자리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뭐 그까잇 술자리 주정가지고 관가에, 민가에 온세상까지 시끌벅쩍 소란인고.

문제의 소지가 된 발언은 크게 두 가지렸다. 하나는 민중의 개 돼지론, 다른 하나는 세상의 신분제. 그런데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담당하시는 교육부 관리님이라 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하셨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소지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사석에서, 아주 친분 두터운 사석에서 하셨기 때문이다. 끈적한 친분과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한 회식자리에서 우스며 한 얘기를 담밖으로 퍼나른 자들이 더 문제가 아니련가. 아니면 그런 이들을 믿은 관리님의 유아적 신뢰가 문제의 발단이련가. 여튼 술이 문제렸다. 그런데 여기서 ‘술권하는 사회’는 또 기막힌 고도의 전략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본다. 관가의 공공연한 비밀조차 천기누설 죄를 적용하여 삼대 멸족에 이르는 치욕을 당하는 마당에 누가 감히 속마음을 털어놓겠는가. 고위 관직에 있는 이들은 더하리라. 겉으로는 웃으며 뒤로는 호박씨? 그것도 아주 시꺼먼 꼼수를 감추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하여 술은 관가의 비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를 온누리에 노출시키는 천기누설의 묘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렸다. 그놈의 술이 왠수지!

여기서 취중실언이야 취중진담이냐가 또 관건이다. 사람의 내면에 무의식이 자리하는 부분은 엄청나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내용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 약물의 도움으로 현실로 노출되기도 한다. 약물.. 술은 참 애매한 약물이다. 중독에 이르게 하지만 금지목록에는 없다. 취기는 의식의 긴장을 늦추기에 무의식에 잠재된 꼭 꼭 숨은 거시기를 드러낸다. 어떤 소심한 성격은 취기를 이용해 사랑고백을 하기도 하고, 쓴소리를 건네기도 한다. 취기를 선용한 사례라 할까. 이번 정책관님의 경우도 그저 속마음을 드러낸 것 뿐일 수 있다. 취기에 한 말, 즉 술주정에 법적 구속력을 적용한다는 것은 모기보고 칼을 빼는 형국일 터, 차라리 웃고 지나가야 어울릴 모양새다.

헌데, 여기서 취기로 사태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포착에 딴지를 거는 정강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 자리에 있던 눈과 귀다. 동석한 님들이 기자 신분이라 여러번 취중내용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하지 않는가. 거기에 취중실언과 취중진담의 갈림길이 있다. 취객의 책임이 회피될 수 없는 분깃점이 바로 여기다. 누군들 확인사살이 기꺼운 일이겠는가만,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확인에 확인, 재확인을 안할 수 없었다 한다. 결국 노출된 것은 무의식 속에 도사리고 있는, 교육관리의 교육철학이었던 것이다. 취중 실언을 가장한 취중 진담!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던 것이렸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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