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분류

취중실언 vs. 취중진담 (2)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취중실언 vs. 취중진담 (2)

- 하늘의 곤장을 맞아 마땅하다?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육부 정책관님은 크게 두 가지 화두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다. 그러니까 술자리에 걸맞게 가벼운 농담이나 하실 일이지 무슨 거대담론을 꺼내드신단 말인가. 혹 이게 미끼는 아니던가. 취중진담을 낚아채려는 강태공의 미끼! 어째든 그 담화는 무거웠다고 말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의외의 담론이었다. 민중은 개 돼지라는 민중 폄하론, 그리고 현실 신분제.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시선으로 보자면 모두 변명할 수 있는 정도의 말씀이라. 술자리라 하지만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첫째, 정책관님은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했다 한다. 그 영화에 분명 그런 대사가 있는 듯하다. 여기서 잠깐. 나리님은 단어를 잘못 사용했다. 민중과 대중이 헷갈린 것이다. 대중이 개 돼지라고 했다면 그것은 맞습니다 맞고요. 사회학에서 대중은 완전 자기충족에 눈이 먼 욕망 집단이다. 대중은 익명성을 전제로 마구잡이 마녀사냥에 나서고, 급기야 자신마저 추락하게 만드는 못된 짐승같은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개 돼지에 비유하려면 대중이란 단어를 골랐어야 했다. 허나 민중은 어떤 개념인가.

민중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가렴주구를 참지 못하여 사회 개혁과 혁명을 이끄는 의식있는 민초이다. 민중은 풀처럼 눕지만 곧바로 일어선다(김수영). 민중은 곧 역사 주제로서의 백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 돼지라니. 민중이란 단어는 그렇게 취중에 함부로 안주삼을 개념이 아니렸다. 민중은 인격체에 다름 아니다. 영혼있는 집단이요, 역사를 이끌어 가는 공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동력이다. 그런데 하급동물 취급하다니. 망언임에 분명하다. 취중은 핑계일 뿐이다. 아무리 취했다 해도 대중과 민중을 구분 못하는 것은 민중에 대한 모욕이다. 그 댓가는 혹독하리라.

두 번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실적으로 신분제를 인정하자는 말씀. 어떻게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헌법을 갖게 되었는가. 구한말, 한일합방, 일제 식민지, 해방, 전쟁,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역사 속에서 선열의 피와 땀으로 만인 주권, 평등과 평화를 보장하는 자유와 인권의 나라를 이뤄왔다.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균등 기회의 나라, 신분제가 고착되지 않도록 헌법이 평등 사회를 보장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공무원의 뇌리에서 신분제를 인정하자는 말씀은 어느 나라 공복이신고. 혹 사회 일각에서 갑질 행세로 보이지 않는 신분제를 유통시키려 해도 그것을 근절해야할 분들이 공무원일진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신분제를 다시 복권시키려는 무의식을 발설하는 이 분은 어느 국민의 녹을 드시는, 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신고,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국민에게 교육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누구든지 교육의 차별을 받지 않게 하지 않는가. 그 정부 산하 교육부는 교육으로 모두가 당당한 삶의 권리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공적 기관이다. 헌데 그 기관의 고위나리님이 어찌 나서서 신분제를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석고대죄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중죄로 다스려야 마땅할, 그야말로 종극단뻘짓파 불온사상인저. 이 모든 게 취중에 한 말이니 너그러이 봐주소, 우리 한 피를 나눈 동족 아닌감. 그렇게 빠져나가려 하지 말고, 민중의 의분, 공분 앞에 제대로 속죄하고 역사의 준엄한 판단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정도(正道)일진저. 정도일진저.

 

추태화 교수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