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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의 심리학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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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의 심리학 (i)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이것은 한 여인에 대한 심리적 접근일 뿐이다.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고, 일단 사건으로만 들여다보려는 심리의 가상 시나리오다. 어처구니 없는 농단의 연기(緣起)가 어떠했는지...

여인을 일컬어 P라 부르자. P는 우리 사회에 냉소적으로 회자되는 금수저로 태어났다. P의 부모는 한 국가의 대통령, 영부인으로 모든 국민이 바라보는 절대 권좌 속에 살았다. 가정적으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완비된 생활을 하던 P는 갑자기 부모를 잃는다. 어머니는 흉탄에 쓰러지고, 그것도 광복절 기념 행사장에서였다. 아버지는 부하의 손에 들린 리볼버로 처단된다. 비극으로 치자면 이런 비극도 없다. 부모가 모두 비명횡사한 경우이니, 어찌 어린 나이의 P가 안정을 얻을 수 있었을까. P에게 드려진 심리의 상처, 트라우마는 가히 상상이 안될 정도라 본다. 한때는 어머니 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야했지만 그 크고 널직한 푸른기와집의 공허, 공백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P의 심리는 이 때부터 불안, 공포가 엄습한다. 어둠이 내리는 밤이면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내 집에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도 없다. 친구도 곁에 두기 힘든 상황이지 않은가. TV 드라마는 이런 때 냉혹한 현실에서 떠나 자기를 잊거나 또 다른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가상공간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TV는 내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P는 우리보다 일찍 가상공간에서 자기정체성을 발견하려했던 포스트포스트모던 심리를 가지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현실이 무섭게 짖눌렀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땠을까. 부모를 저 세상으로 보낸 이들은 비교적 가까이 있었던 이들이다. 한 때 심복이라 여기던 이도 그 속에 있지 않았던가. 국정에 분주한 아버지의 틈을 채워준 어머니, 그 어머니도 처참하게 곁을 떠나고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가기엔 성장 과정이 너무 온실이었다. 황량한 벌판에 우뚝 설 수 있는 심리적 홀로서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는 당당한 정체성의 여성성, 역경을 극복한 의지의 한국인으로 일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신을 옹립하여 한 몫 챙기려는 이들도 주변인들이다. 언제 배신할지, 언제 총구를 겨눌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본래적 불안, 공포 안에 불신 바이러스가 침투한다. 자기만의 성은 더욱 견고해진다.

언젠가 등장한 최머시기. 영혼의 마술사인가 희대의 사기꾼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에게서 발산된 어머니의 분신, 기록에 보면 P는 이 상황에서 입신지경에 이르렀다 한다. 파우스트를 유혹하던 메피스토펠레스의 마수(魔手)처럼 P는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 심리학에서 규정하는 이중인격 내지는 다중인격에 속한다. 이런 유형은 타인의 조정에 쉽게 넘어간다. 심리적으로 왜곡된 인격은 자아 결핍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주변인에게 의존한다. 자기 결핍을 주변인에게서 채우려는 전도(顚倒)된 자기만족이 점점 강화된다. 절대의존이 가능한 지점이다. 자신이 타인의 꼭두각시가 되어가도 자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뢰를 보낸다. 농단은 이제 그 마수의 음흉한 놀이터가 되어간다. 불행은 바로 P 자신도 마수의 손아귀에서 점점 독배를 거부할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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