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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의 심리학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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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의 심리학 (ii)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국정농단 사태는 P의 심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농단의 시작은 ‘나쁜 사람’들의 치밀한 이권과 야욕을 무시할 수 없지만, P가 성인으로, 정치인으로, 권력자로 사회에 등장했다면 그 책임은 다시 P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공정사회에서 일어나는 게임에는 그 주체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물 밑에서 진행되던 농단 게임은 어느날 백일하에 노출된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겪게되는 내상(內傷)은 자괴감과 분노였다.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가 아무런 정치 경험, 전문적 식견 또는 라이센스도 갖추지 못한 시정 여인네에게 안방 문을 열어주듯 했다는 데에 아연실색했다. 여사님은 바람결에 치마폭 풀어헤치듯, 이리저리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정관계 인맥심기, 문화체육계 좌지우지하기, 나쁜 사람 블랙리스트 만들기, 심지어 말타고 대학 입학하기 등으로 알게 모르게 망나니 춤을 추어왔던 것이다.

자괴감이란 국민이 부여해준 고귀한 권력을 저리도 한심하게 남용했다는 것, 권력이 권력답게 사용되지 못하고, 비선실세라는 어둠의 세력으로 공권력을 우습게 만들었다는 것, 공권력이 스스로 위신을 세우지 못하고, 허무맹랑한 춤사위에 허우적거렸다는 것 등이다. 무엇을 더 보태랴.

이 감정은 고이고 고이다 드디어 둑을 넘어선다. 하늘이 노하고, 땅이 진동하여 세간에 그 작태가 드러났으니, 민의의 준엄한 눈초리에서 불꽃이 튄다. 촛불이다. 농단 연루자는 정계에서, 문화계에서, 교육계에서 속속 공의의 추국을 당하게 되었으니 이제 남은 일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에 낱낱이 그 죄과를 고하는 일이다.

이제 국민의 눈과 귀는 특검과 헌재로 쏠리어 있다. 농단 사태가 과연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초미의 관심이다. 중요한 것은 농단 사태는 가담자 몇 명을 단죄하는데에 있지 않다. 보다 더 깊은 농단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정의로운 자유 민주국가를 재건하는 데에 있다. 추국장에 나온 이들은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한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가 만발한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또 아연실색이다. 역사도 무섭지 않고, 하늘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도 우러러 보지 않는 이들이다. 이런 자들이 한 때 최고권력자 우산 아래서 먹잇감을 노렸다니. 황당한 마음이 쉬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국민의 자존감을 다시 채워야 한다. 자존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항은 요구한다. 농단으로 인한 심리적 상흔을 벗어던지고 당당한 주권 국민의 위상을 인식하게 될 때 가능하리라. 농단 사태는 분명 불행한 흔적이다. 하지만 이 기회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대한민국을 다시 세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 아니겠는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국민이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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