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감 배 한보따리 드리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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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감 배 한보따리 드리시면 좋겠습니다.
  • 정찬성목사
  • 승인 2015.12.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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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브라질에서 쓰는 편지

 

사과 감 배 한보따리 드리시면 좋겠습니다.

 

유권사님, 평안하셨습니까?

한국텔레비전에는 요즘 가을 복장이 눈에 띕니다. 여기와 너무 대조를 이루는 날씨와 분위기여서 그런 듯싶습니다.

여긴 늘 여름 같지만 그래도 약간의 계절적인 변화가 있다고들 합니다. 저는 이제 한 달도 못된 신출내기여서 그냥 덥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있을 뿐입니다.

유권사님, 김장철인데 자녀들과 함께 김장은 하셨는지요?

저희 어머니 박순희 여사님은 2박 3일 동안 김장을 하셨다고 제 여동생과 문자대화를 했습니다.

그 가운데 화정의 제 장모님 댁에 보낼 것도 택배 한 박스 꾸려놓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죄송했습니다.

브라질에도 한국음식이 넘칩니다.

유권사님, 거기와 여기는 딱 12시간 차이가 납니다. 권사님이 저녁 잡수실 때쯤이면 여기는 아침시간입니다.

목사님 김치 깍두기 잡수시고 싶지 않느냐고 묻고 싶으시지요. 네 권사님, 그런데 한국에 있는 것은 여기도 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희가 심방하면서 유옥순 권사님처럼 포근하고 정겨운 이춘옥 권사님이란 분을 심방했습니다.

권사님보다 약간 어리신 분이신데요 심방하는 날 떡국을 끓여서 저희 앞에 내 놓았는데요. 그 떡국을 먹으면서 왜 권사님 생각이 나는지 왈칵했습니다.

저희가 그린하우스란 게스트하우스를 심방하고 나오는데 손에 한보따리 싸주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곧장 냉장고에 넣으라는 당부를 뒤로 하고 집에 와보니 브라질산 배추로 담근 포기김치였습니다.

당장 와서 먹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교우들이 앞 다퉈 싸주신 김치, 오이지, 청국장, 열무물김치, 파김치에 순두부까지 식탁은 한국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권사님, 브라질에서 열무물김치에 국수 말아 먹고, 청국장 찌게를 먹을 것이라고 누가 기대했겠습니까?

포기김치에 브라질 산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찌개를 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권사님,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먹는 이야기가 나와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권사님 여기는 열대 과일천국입니다. 저희가 사는 샌트로 길에서 한 십 여분 걸어가면 청과물과 식품을 파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과일 파는 상가에서 포어란 브라질 말 대신 몸짓발짓을 하면서 의사표현을 하고 계산은 전자계산기에 의지해서 한보따리 과일을 샀습니다.

15킬로가 나가는 수박 한통에 바나나 한손, 메론 한통, 마라쿠자, 파파야, 망가, 아보카도, 키위, 삐냐, 까주, 아떼모야, 레몬, 석류 등 지고 이고 갈 만큼 사가지고 숙소로 왔습니다.

과일천국에서 주서기를 장만하고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수박은 세 등분해서 전도사님에게 한 부분을 드리고 나머지는 깍둑썰기로 닦달해서 타파 통에 나눠 냉장고를 그득 채워 넣었습니다. 한술 더 떠서 과일 주스를 만드는 전용 주서기를 한 대 장만했습니다.

오렌지 같은 과일을 반 잘라서 살 부분을 주서기에 올려놓기만 하면 가볍게 갈려서 밑에 있는 통에 원액만 모이는 그런 기계입니다.

갈고, 썰고, 짜고 그래서 하루 종일 과일을 주식삼아 배를 채우며 신나하는 아내를 보면서 내일 심방일정을 정리합니다.

권사님, 요즘 교회는 어떤가요?

목사님이 새로 오시면 사귀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번에 영은교회에 가신 목사님은 이곳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자립하는 교회를 만드신 훌륭한 목사님이십니다.

제가 사는 교회 사택 아파트도, 예배드리는 교회도 그리고 100여명의 교인들도 목사님이 5년 동안 개척교회를 하면서 이룬 결실입니다.

이제는 남미선교지방의 몇 안 되는 자립교회로 자리매김하시고 한국으로 들어가신 것입니다.

유권사님, 여기 브라질에서 나는 사과나 배는 모양이나 맛이 정말 못 봐줄 정도입니다. 감은 아직 발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권사님, 목사님 내외께서 심방오시면 한국산 사과에 배 그리고 감을 대접하시면 좋겠습니다. 넉넉히 준비하셨다가 집에 가실 한보따리 싸 주시면 더욱 좋을 듯합니다.

이곳의 이춘옥 권사님과 교우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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