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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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view)
2017년 10월 25일 (수) 16:25:59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뷰 (view)

 

오랜만에 쫓기는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긴 연휴 덕에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다짐했다. 이번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연휴를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작심하고 쉰다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다짐하면서 연휴를 맞았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화조차도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그동안 많이 지쳤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여유라는 단어가 새삼 온몸으로 느껴지는 연휴의 날들이었다.

그 와중에도 다행인 것은 아무리 바빠도 옥상에 기르고 있는 생명들을 챙기는 것은 내 자신에게 여유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매일 먹이를 챙겨야 하는 일이 더 바쁘게 하지만 정작 그 생명들을 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을 갖게 되니 역설적으로 그들은 내게 쉼을 준다. 때로는 밤중에 쫓기듯 물을 주거나 헐레벌떡 사료를 챙겨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녀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음이 다행이다. 물을 주면서 이제 막 자라고 있는 갓과 시금치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미 잠자리에 든 닭들과는 대화가 어렵다. 조심스럽게 깨우지 않으려 해도 두려움에 잠을 깨 부스럭거린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렇게라도 볼 수 있으니 내게는 기쁨이다. 작년에는 갓 씨앗을 뿌렸지만 싹이 많이 나질 않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발아율이 훨씬 좋다. 묵은 씨앗을 심은 것이기에 반이나 발아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는데 오히려 작년보다 발아율이 훨씬 좋으니 무슨 조환지 모를 일이다.

한데 긴 연휴가 주어졌다. 무엇이든 여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미 널 부러진 모양새다. 한 주간을 여유롭게 보내면서 생각할 것들, 읽어야 했던 책까지 하나씩 밀린 숙제를 하듯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걷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기에 한 나절 시간을 내서 인천의 옛 골목을 찾아 나섰다. 가끔 기독교 유적지 답사안내를 하면서 지나는 곳이지만 일이 아닌 그냥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찾았다.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골목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일제에 의한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집들이 간혹 남아있고, 골목은 당시에 만들어진 그대로다. 당시에는 가장 번화한 주택가였지만 이제는 옛 것을 찾아오는 낯선 객들만이 가끔씩 찾는 곳이다.

어쩌면 나도 인천 시민이긴 하지만 그 동네에서는 객일지 모른다. 인천에 살기 시작한 것이 40년이나 되어감에도 이제야 처음으로 길손이 되어 찾아들었으니 당연할 것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날씨가 흐려서인지 길옆에 작은 전구로 밝히고 있는 사방 40m정도의 정사각형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이 밝히고 있는 글씨는 뷰(view)였다. 주택가 골목에 작은 간판은 내 시선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간판이 있는 좁은 골목을 드려다 보았다. 언덕에 자리한 오래된 주택골목이었다. 그런데 그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 더 작은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는데 역시 뷰(view)였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미 나는 비탈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집 앞에 멈춰 섰다. 유리문으로 개조된 출입구가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층으로 가파른 나무계단이 보일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호기심은 이미 출입구로 들어섰고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겨우 몸을 손잡이에 의지한 채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작은 공간이 나를 맞았다.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두어 걸음 안으로 들어서면서 자연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인천의 구도심을 한 눈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순간 왜 이 집이 view라는 간판을 걸었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식민지시대의 인천거리와 인천항과 서해의 낙조까지 한 눈에 보이는 카페를 만든 것이다. 주인장의 말인 즉 주택의 작은 방 창을 열면 보이는 정경이 아름다웠는데 아이들이 모두 결혼해서 둥지를 떠난 후 그 공간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소일거리로 개조를 했다는 것이다.

잠시의 쉼을 허락받았지만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뷰가 좋은 곳을 찾는 것은 누구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피사체가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어떤 피사체를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피사체라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뷰는 깨달으라 했다. 신앙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기쁨과 감사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새삼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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