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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
2018년 05월 31일 (목) 10:15:33 연합기독뉴스 webmaster@ycnnews.co.kr
   
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잃어버린 것들

 

지난 며칠 동안 국지성 호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습도가 100%에 가깝고, 고온다습한 장마철과 같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뉴스에 의하면 영서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서 한강수계의 댐들이 수문을 열어야 하는 정도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서 댐과 저수지마다 저수율이 턱없이 부족해서 지역에 따라서는 제한급수라고 하는 가뭄대책에 따른 물을 공급을 했다. 그러니 한강 수계의 댐의 문을 열었다는 소식도 낯이 설다할 만큼 오랜만에 듣는 소식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된 가뭄은 이 땅의 수로들을 병들게 했다. 물이 부족하기에 댐이나 보를 만들어 물이 흘러가는 것을 제한시켜야 했다. 물을 가두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 유속이 느려지니 이번에 강물이 썩거나 환경의 변화가 동반되었다. 환경단체와 농민들은 각각의 관심과 가치의 차이에 따른 입장으로 대립했다. 문제는 맑고 깨끗한 냇물, 그것은 더 이상 기대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청천(淸川)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 미역을 감고 놀던 냇물은 이미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자연의 정화능력에 비례한 이용이어야 하는데, 인간은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만 행동했다. 즉 수요공급의 원리가 있는 것처럼 자연이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해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소비를 했어야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채 소비를 위한 일들만 했다. 결국 자연은 탈진을 넘어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필요를 우선으로 하여 보와 댐을 설치했고, 게다가 그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수로마다 정화되지 못했고, 퇴적층이 만들어지면서 하천이 죽어가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몸을 씻을 수 있는 시설과 경제적인 여건이 없었을 때 맑은 시냇물은 여름날 아이들은 물론이고, 해가 지고나면 어른들도 몸을 씻으러 찾았던 곳이다. 물속에 사는 생명들이 보이는 것은 당연했고, 지역에 따라서는 마실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한 물이 흘렀던 수로였다. <금수강산>이라는 표현을 당당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전국에 있는 하천이었다는 사실은 옛날이야기에서나 들을 수 있을 만큼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강수량도 적어졌고, 물을 사용하는 양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아졌다. 그러니 전국에 있는 하천들은 본래의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채 죽어가는 처참한 모습이 됐다. 하천을 보면서 노래하고, 시를 지으며, 그림을 그리는 정경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하천의 아름다움은 물이 흐를 때이다. 맑은 물이 굽이굽이 흐르면서 만들어주는 정경은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 우리 땅의 하천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 같은 ‘실개천’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뿐인가? 하늘은 언제나 회색이다. 가슴이 답답할 만큼 시야가 탁하다. 어쩌면 요즘 태어난 아이들은 하늘은 회색이라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파란하늘(靑天)을 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하늘이 탁한 회색인 것은 공해로 인해서 장애물이 생긴 때문이다. 황사, 미세먼지, 게다가 온갖 물질들이 대기를 오염시켜서 햇빛을 가리니 우주의 깊은 공간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파란 하늘을 우러러 가슴이 시리고, 먹먹해져 눈물이 저절로 흐를 만큼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잃어버렸다.

한데, 지난 며칠 동안 계속해서 내린 비가 지난 밤 그치고, 오늘 문을 열어 아침을 맞으려는 순간, 눈이 부셔서 눈을 뜨는 것이 힘들만큼 파란 하늘과 강렬한 햇볕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얼마 만에 경험하는 파란 하늘인가? 얼마 만에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은 깨끗한 공기인가? 꼭꼭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놓아야 했던 날들이었는데,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껏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모든 문을 열었다.

인간이 만드는 것은 공해, 쓰레기,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들뿐이다. 아무리 정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하니 어쩌겠는가? 그나마 대기 중에 흩어진 공해물질은 거둬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비와 바람, 그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정화담당이기도 하다. 이번 비와 바람은 잃어버렸던 청천들을 다시 찾아주었다. 이마저 은혜인 것을 인간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은혜마저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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